
최근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고혈압 유병률은 30%를 넘어섰고, 당뇨병 유병률은 10%에 달한다고 한다. 한국 사회가 점점 고령화되면서 고혈압, 당뇨를 위시한 만성질환 유병률은 꾸준히 증가 추세에 있고 이에 따라 여기에 들어가는 의료비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만성질환 관리에 투입되는 비용은 만족할 만한 효과를 내고 있을까?
한국인의 심혈관질환 사망률은 최근 10년 사이 2배가 증가하였고 뇌졸중, 당뇨병 사망자수는 OECD 평균의 2배에 이른다고 한다. 특히, 당뇨 사망 증가율은 세계 최고를 기록하기도 했다. 실제로 고혈압의 경우 전체 유병자 중에서 실제 치료율은 50%가 채 되지 않으며 지속치료율은 25% 수준이고 치료제 복용자 중 치료 목표에 도달하는 경우는 55% 정도에 불과하다. 당뇨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아 전체 유병자 중의 실제 치료율은 54% 정도이고 지속치료율은 30%, 치료제 복용자 중 조절률은 23%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과연 이렇게 비효율적인 결과가 나타나는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우선 일상적인 진료실의 풍경부터 떠올려 보자. 많은 환자들은 병원 대기실에서 오랫동안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지만 막상 의사를 만나면 잠깐 동안 혈압이나 혈당 결과를 확인하고 같은 약만 다시 처방받는다. 설사 조절이 잘 안되더라도 기존의 약 용량을 올리거나 새로운 약을 추가하는 정도로 그친다. 현재와 같은 의료 환경 하에서는 조절이 잘 되지 않는 원인에 대한 다각적인 접근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사실 만성질환 관리는 약물요법에만 의지해서는 안 된다. 식사요법이나 운동요법과 같은 생활요법이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기 때문에 환자 개개인의 자가 관리가 가능해야 한다. 하지만 병원에서는 식사나 운동의 중요성을 개론적인 수준에서만 강조할 뿐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알려주진 않는다. 의사들도 이에 대한 실제적인 지식이 부족하고 현재의 의료시스템도 이에 대한 효과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다행히 보건복지부 차원에서 정책 입안자들이 현재의 만성질환 관리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를 개선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기존의 만성질환관리사업이 주로 집단 교육에 의지했다면 새로운 관리사업은 진료실 내에서의 개개인에 대한 맞춤형 상담 교육을 강화하고 궁극적으로 자가 관리가 가능하도록 유도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재 서귀포의료원에서도 지방의료원 공공보건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만성질환관리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만성질환 전담 전문의와 간호사, 영양사로 구성된 전문 의료진에 의한 1:1 맞춤형 상담교육이 이루어진다. 특히 상담 및 진료는 담당 간호사를 통한 예약제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접수 및 진료 대기 시간의 번거로움이 없고 진료예약일 문자 전송 및 주기적인 전화 상담을 통해 투약, 식사, 운동 등을 관리해주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환자 개개인은 자가 관리가 가능해지고 궁극적으로 만성질환 관리의 수준은 한 층 높아질 것이다.
서귀포의료원 공공보건의료팀장 가정의학 전문의 오 경 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