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주말 오랜만에 야외로 나들이 삼아 차를 몰고 나갔다. 그런데 간선도로에서 갑자기 차가 튀어나오는 바람에 큰 사고로 이어질 뻔 했다. 순식간에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 그 차는 렌터카(Rent-a-car)였는데 조심히 운전하라는 필자의 말에 그저 고개만 까닥거리고 그냥 제 갈 길을 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을 곱씹을수록 화가 치밀어 오르고 불쾌감이 사라지지 않아 결국 나들이를 포기하고 집으로 되돌아왔다.
관광도시 서귀포에선 계절에 상관없이 도로에 나가기만 하면 렌터카 차량을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관광 성수기로 접어드는 요즘, 아침저녁 할 것 없이 도로 곳곳에서 렌터카 차량을 볼 수 있는데 서툰 도로 사정에도 불구하고 일부 운전자들이 예고 없이 끼어들거나 출발, 혹은 급정거 등 예측불허의 운전을 하는 바람에 당황하는 시민이 한 둘이 아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시민들은 화를 내기보다는 “허씨” 혹은 “허서방” 차량이니깐 하며 이해하고 넘어간다.
최근 관광패턴이 수학여행을 비롯한 단체관광에서 올레걷기와 골프 및 등산 등 레저와 휴양을 이용하는 가족과 친지단위의 개별여행으로 바뀌면서 대중교통보다는 렌터카를 이용하는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다. 제주관광통계자료에 의하면 제주도내 렌터카업체는 57개소로 보유차량은 11,500 여대에 이른다고 한다. 별도의 운전기사가 필요 없이 대여자가 직접 운전하는 셀프드라이브(self drive)이가 장점인 렌터카는 주말이나 성수기가 되면 예약률이 80-90%로 1만 여대 가까이 운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다보니 과속은 기본이고 주행선 침범 및 신호 위반사례가 늘고 있다. 늘 교통체증으로 막혀있는 도로를 주행하던 운전자들이 제주의 뻥 뚫린 도로를 맘껏 내달리고 싶은 마음은 십분 이해하지만 과속 카메라 단속의 걸린 운전자의 60% 이상이 렌터카 운전자라는 통계는 얼마나 많은 관광객이 과속을 하고 다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내비게이션 확인 차 아무 곳에나 주정차함으로써 빚어지는 접촉사고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으며, 도로변에 건조하는 농작물을 훼손하는 등 각종 사건 사고가 많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필자는 렌터카 운전자의 안전운행을 위해 몇 가지 제언(提言)을 해 본다. 우선 렌터카 운전자에 대한 사전교육이다. 업체에서 담당직원이 일주도로, 해안도로, 중산간도로, 산록도로 등 제주도로의 특성을 사전에 알려 제주의 도로사정과 특성을 조금이라도 알게 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렌터카 운전자를 위한 제주도로 지도를 제작 배부하였으면 한다. 교통사고 많은 지점, 급경사나 굴곡 등 위험도로, 각 지역별 및 마을별 최저속도, 가축이나 야생동물 출현지역, 일방통행도로, 시야확보가 어려운 도로 등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도로지도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렌터카 관광객을 위한 내비게이션을 개발하거나 요즘 인기가 있는 스마트폰을 이용한 제주관광도로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들어 보급하였으면 한다.
관광이 제주경제의 축을 잡고 있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다.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뒤떨어지지 않는 문화유산과 자연경관을 가진 제주도가 여행객들로 인한 교통사고가 자주 일어난다면 멀지 않아 제주관광은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매너에도 철저한 기본이 있어야 하듯이 교통사고가 없는 도시, 안전한 도시, 질서의 도시 제주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수필가·서귀포시 동홍동장 김 영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