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20년
[데스크칼럼] 20년
  • 김종현
  • 승인 2011.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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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부 구미에서 강물 속에 묻어 두었던 송수관이 파열돼 주민들이 단수사태를 겪고 있다. 요즘같이 무더운 여름, 물이 나오지 않으니 얼마나 고통이 클지 모르겠다. 환경단체들은 당장 부실공사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4대강 공사 현장에 투입돼야 할 인력 2만명과 건설장비 7600대가 실제로는 투입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된 적도 있다. 경제정의실천 시민연합과 민주노총 건설노동조합은 1조 8000억원의 4대강 예산이 증발됐다고 주장했다. 국토부 4대강살리기 추진본부는 야간작업을 고려할 경우 하루 평균 투입 인력과 장비는 2만8000명, 1만2000대 수준에 이른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경실련은 6월 이후 보공사가 끝난 시점에 급격한 인력 증가를 이해할 수 없다며 작업일보의 공개를 요구했다.
지금 제주도에는 해군기지다 영어교육도시다 혁신도시다 해서 각종 공사가 한창이다. 무슨 일이든지 적법한 절차와 주민들의 협력이 중요하다. 해군기지는 당초 주민들의 의견을 제대로 청취하지 않으면서 두고두고 반대가 끊이지 않고 다급한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다. 영어 교육도시는 공사허가도 받지 않고 착공식을 하는 해괴한 일까지 발생했다. 혁신도시는 정부가 바뀌면서 정책의지가 실종돼 텅빈 유령도시가 될지 모르는 운명에 처했다.
강물 속에 있던 수도관이 큰 비에 휩쓸려 가듯이 지금 제주도에 만들어지는 각종 구조물들이 이처럼 졸속으로 진행되다가 어떤 화를 부를지 걱정된다.
정부나 자치단체가 어설픈 행정으로 일을 그르치기도 하지만 주민들 역시 모든 책임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제주도에 살다보면 한 20년 정도 육지나 서울에 비해 뒤져 있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행정도 뒤져 있고 사람들의 의식수준도 육지부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자존심 상한 얘기지만 인정하는 이가 많을 것이다.
우근민 제주도지사가 지난 달 28일 우도면사무소에서 도내 읍면동 중 처음으로 지역발전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우도면은 10페이지 분량의 ‘우도면 지역발전 방안’ 자료를 제출했다.  노천사우나 설치와 농산물 보관용 건조장, 농어촌자원 복합산업화 지원사업 등 11개사업이 건의됐고 이중 예산이 명시된 7개 사업의 예산만 277억원이라고 한다. 우 지사는 “도지사가 오니 뽕을 뽑으려 하는 것 같다. 사업의 우선순위 먼저 정해야겠다”고 말했다.
선거철이 되면 막걸리 얻어 먹고 고무신 얻어 신던 것이 50년 전 일이다. 이제는 지역에 큰 사업 유치해 주는 것이 선심이 되고 있다. 이 사업과정에서 많은 특혜를 요구해 이런 저런 혜택을 보는 것이 당연시 되고 있다. 단체장에게 떼를 쓰고 사업시행자에게 떡고물을 요구하는 것은 당장 이익을 보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먼 장래를 내다보면 손해다. 불필요하게 돈을 쓴 사람들이 규정대로 공사를 하겠는가. 떼를 써서 이익을 보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할 낡은 사고다. 제주도에 와서 공사를 하는 업자들이 다시는 못 올 곳이라고 제주도를 폄하한다면 우리 후손들은 염치없는 사람, 떼쟁이로 격하된다. 단체장이나 의원들도 아무렇게나 공약을 남발하지 말아야 하고 도민들도 실현 가능한 요구를 해야 한다. 말만 하면 다 들어줄 듯이 큰소리만 치는 정치인을 가려내는 눈을 가져야 한다. 각종 사업을 반대하거나 특정 사업을 요구하는 것이 모두 잘못 됐다는 뜻이 아니다. 명분이 있고 당연히 해야 할 요구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올바른 명분을 가지지 못한다면 억지로 뭘 얻었다 해도 더 큰 것을 잃게 되니 지금 세대뿐만 아니라 우리 후손들을 위해 과연 어떤 사업이 필요한지 꼼꼼히 따져 보자는 얘기다. 괸당정치가 잘못 됐다는 것을 알면서도 행동은 괸당에 의해 좌우되는 낡은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사로운 이익을 주고받고 횡재를 한 듯 좋아하는 어리석은 일은 하지 말자. 세계적인 국제자유도시가 한국내에서 인정을 받지 못한다면 빛좋은 개살구 일 뿐이다. 언제까지나 20년 이상 뒤떨어진 사고로 생활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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