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유년 신년 분위기가 그리 밝지않다. 새해에는 불황탈출에 대한 기대감이 더 없이 클 수밖에 없으나 이러한 희망의 싹은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어쩌면 지난해보다 더 어려운 한해가 될 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우세한 실정이다.
도내 경제주체들이 지난해 체감한 불황의 골은 유례없이 깊었다. 각종 경제지표가 환란이후 최악의 경기상황을 보여줬다. 이대로 가다간 장기침체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할 것이란 불안감과 위기감마저 확산되고 있다. 지역경제 회생의 대책 마련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지금의 제주경제의 침체는 1997년 외환위기 때와는 양상이 다르다. 경기침체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구조적인 것일 가능성이 높다. 제주지역 산업생산지수는 1998년 110.6에서 지난해 10월 현재 70.7로 크게 하락해 전국 16개 시.도 중 최대의 감소폭을 기록했다. 제주의 1인당 지역총생산(GRDP)도 1986년 처음 통계 작성 이후 전국 10위권 밖의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이는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 등 변해야 하는 경제적 환경을 극복하지 못한데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따라 각 산업의 체질개선 등 과감한 변화로 불황기를 오히려 경쟁력 제고의 기회로 삼는 지혜가 필요하다. 행정과 기업, 도민 등 모든 경제주체가 지금까지의 방식을 탈피, 보다 생산적인 방식으로 다시 한번 도약을 향해 뛰겠다는 각오를 다져야 한다.
△효율적인 실업대책 필요=최근 경기불황의 가장 큰 요인으로 ‘민간소비 부진’이 꼽힌다. 이는 사회적으로 신용불량자가 양산되고 실업자도 증가하면서 민간의 구매력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용확대 등 민간의 소득창출에서 경기회복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특히 도내 실업대책 면에서의 정책적인 주안점은 소비성향이 높은 청년층의 실업해소에 둬야 한다. 도내 청년실업률은 지난 3ㆍ4분기 7.1%로 1999년 이후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실업률 1.9%의 3.7배로 달하는 것으로 청년실업의 심각성을 말해준다.
자치단체는 ’인턴사원제‘ 등 나름대로의 청년실업 해소대책을 마련,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일정기간 지나면 실업상태로 돌아가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정된 재원을 쏟아 붓는 것은 문제다. 청년실업자가 많음에도 불구, 도내 중소기업은 인력 부족으로 고전하고 있다. 이른바 ‘눈높이’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치단체의 실업정책은 청년들의 눈높이를 낮추거나 고용효과가 높은 업종이 회생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보다 효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관광산업 체질 개선 절실=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지난 98년 330만 이후 꾸준히 증가해 이제 500만 시대를 목적에 두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제주 관광산업에 그 어느 때보다 우려가 팽배하다.
관광사업 구조가 변화하는 관광패턴을 따라가지 못하고, 관광수입을 확대할 만한 새로운 상품이 개발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도내 기념품 판매 업체는 2000년 222개에서 2003년 180개로 3년새 42개가 감소했다. 제주관광 기념품이 경쟁력을 잃었음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유흥주점은 1378개에서 1541개로 171개 증가했다. 최근 가족단위 혹은 개별 체험관광이 늘어나는 등 관광패턴이 변하고 있으나 관광구조는 기존 유흥관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또 직원 1~4명의 소규모 관광업체 비중이 88.6%에 이르러 과당경쟁에 관광서비스의 질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때문에 제주 관광의 체질 개선이 시급히 이뤄지지 않는 한 제주관광의 경쟁력 회복은 요원하다는 지적이다.
제주에 진출해 있는 대형 관광업체들의 인식전환 유도도 중요하다. 그들에게 제주와 운명공동체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비싼 항공료, 숙박료 등으로 관광객들이 다른 곳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다. 도내 골프장도 대부분 회원제로 운영, 부가가치가 높은 골프관광객 유치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와 함께 외국인관광객 유치를 위해 ‘선택과 집중’의 원칙에 입각한 마케팅활동의 강화도 요구된다.
△감귤 선과장 현대화=감귤 판매소득이 도내총생산(GR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4년(17.1%) 최고치를 기록한 후 지속적으로 하락, 2002년에는 6.5%에 불과하다.
그러나 감귤이 도민 경제심리에 미치는 영향은 다른 산업을 압도한다. 감귤이 제주의 생명산업으로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행히 2003년에 이어 2년 연속 감귤값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 특히 2004년산 제주감귤 조수익은 1998년 5천1백58억원 이후 6년만에 5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감귤유통명령제 도입으로 고품질감귤 출하 및 출하물량 조절을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로 감귤산업에 있어 ‘유통’의 중요성을 말해준다.
감귤산업의 살길은 공급과잉시대의 패러다임에 맞게 모든 구조나 시스템을 바꿔나가는데 있다는 게 명확해 진 셈이다.
지금과 같이 850여개 선과장에서 대도시 도매시장으로 홍수출하 하는 한 감귤산업의 미래는 없다. 군소 선과장을 통폐합, 대형화하되 일본처럼 비파괴선과기 등 시설을 첨단화해 고품질감귤 생산 및 유통을 유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 농가 직접지원과 간벌 등 생산조절사업은 되도록 지양하는 대신 선과장의 현대화에 재원을 집중하는 발상의 전환이 요구된다.
△건설업에 대한 정책적 지원=제조업 환경이 열악한 도내 산업 특성상 2차산업에서 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다. 지역내총생산의 12%를 담당할 정도로 관광, 감귤과 더불어 건설업은 도내 3대 기간산업이다.
그런데 건설업은 고용유발 효과가 큰 업종이다. 건설경기 침체는 ’일자리‘ 감소로 이어져 내수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도내 11월 누계 건축물착공면적은 90만1000㎡로 전년 같은 기간 139만4000㎡에 비해 35% 가량 감소했다. 경기침체 등으로 미분양주택이 대량 발생하면서 민간부문 건설이 위축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당분간 민간 소비가 되살아나기 어렵고, 민자유치 또한 국내시장 불확실성, 유가급등 및 국제금융시장 불안 등이 해소되지 않아 투자 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워 도내 건설경기 회복전망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따라서 건설경기의 더 이상의 침체를 막고 경기회복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건설산업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도내 국가기관이나 정부투자기관에서 발주하는 지역제한 금액이상 공사에 제주도지사가 지정한 비율로 지역건설업체와 의무공동도급을 입법화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건설원자재 대부분을 타 지방에 의존하고 있는 제주 특성상 지역의 공사발주 시 다른 지방과 41~57% 공동도급 효과가 있는 만큼 특혜가 아니라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