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악화 '칼바람' …도전역 '꽁꽁'
경기악화 '칼바람' …도전역 '꽁꽁'
  • 한경훈 기자
  • 승인 2005.0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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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음부도율ㆍ물가지수ㆍ제조업가동율 등 '경제지표' 최악

지난해 제주 지역경제는 최악의 해였다. IMF 사태이후 호전되던 각종 경제지표에 빨간불이 켜졌고 실물경기는 위축될대로 위축됐다. 기업의 체감경기는 바닥을 모르고 가라앉았고, 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서민가계를 압박했다.

실업자와 신용불량자의 양산 등으로 인해 민간소비 침체는 심각한 장기부진 기록을 이어갔으며 의욕을 상실한 기업들의 투자심리는 깨어날 줄을 몰랐다. 지역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건설업마저 급격히 얼어붙었다. 감귤과 양돈 등 극히 일부 산업을 제외한 대부분 산업의 침체의 늪에 빠졌다.

문제는 지난해보다 올해가 더 어렵고 불황의 한파가 더 없이 매서울 것이라는 전망이 월등히 우세하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지난 한해 지역경제를 점검 및 분석해 보고 이를 토대로 올해 경기를 전망해 본다.(편집자 주)

#환란 이후 최악의 경제지표
지난해 도내 각종 경제지표는 환란 이후 최악의 경기상황을 보여줬다. 1999년 3.6%까지 치솟았던 실업률은 이후 2001년 2.6%, 2003년 1.9% 등으로 하락세를 보였으나 지난해(1~11월 2.3%)부터 다시 상승으로 돌아섰다. 특히 지난 3ㆍ4분기 청년실업률은 2001년 1ㆍ분기 이후 가장 높은 7.1%를 기록했다.

어음부도율 역시 1998년 0.94%에서 2003년 0.4%까지 떨어졌으나 지난해 11월까지 평균 0.45%를 기록, 악화됐다.
물가지수도 상황은 마찬가지. 지난해 도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로 기준연도인 2000년 이후 처음으로 4%대의 상승을 기록했다.
내수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제조업정상가동률이 전년 연간 79.2%보다 2.2%포인트 떨어진 77% 수준에 머물렀다.

이처럼 제 경제지표가 악화되면서 도민들이 느끼는 경제적 고통이 광주에 이어 전국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경제주체 체감경기 더욱 악화
그러나 각 경제주체들이 실제 피부로 느끼는 실물 체감경기는 경제지표 악화 이상이었다.
11월 누계 대ㆍ소형매장의 매출액(2500억원)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2.4% 감소하는 등 지난 한해 도내 유통업체들은 극심한 내수부진에 시달려야 했다.

지역경제를 떠 받쳐오던 건설 경기위축은 더욱 심각했다. 경기침체에다 미분양주택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11월 누계 건축물 착공면적 및 허가면적이 전년동기 대비 각각 35.4%, 46.4% 감소했다. 이에 따라 도건설협회 180여개 회원사의 건설수주액(11월누계)도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3%나 감소했다.

이처럼 경기침체의 골이 깊고 경기전망도 불투명해지면서 기업들이 신규시설 투자를 꺼리는 상황으로 번졌다. 지난해 11월말 기업시설자금 대출잔액은 전년 말에 비해 오히려 145억원 줄었다.

지난해 하반기로 접어들어서는 국제유가 급등에다 태풍 및 홍수피해로 공산품과 채소류 중심으로 가격이 치솟으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가계를 압박했다.
11월말까지 실업급여를 신청한 사람은 외환위기 때인 1039명보다 2.17배나 많은 2780명으로 서민가계의 어려움을 반증했다.

#양돈ㆍ감귤 등 1차산업은 양호
지난해 유례 없는 불황 속에 양돈, 감귤 등 1차산업을 중심으로 선전, 그나마 위안이 됐다.
2002년말 미국발 광우병 파동에 따른 대체소비 효과로 돼지값이 치솟으면서 양돈농가들은 사상 최대의 호시절을 구가했다.

지난해 제주축산물공판장에서의 산지돼지 평균 경락가는 100kg 마리당 25만7500원으로 전년 19만1000원보다 무려 35% 높게 형성됐다.
제주 생명산업인 감귤의 경우 유통명령제의 전국 실시 등에 힘입어 전년에 이어 가격 호조세를 이어갔다. 노지감귤 평균 농가수취가는 지난 22일 기준 관당(3.75kg)

2695원으로 2003년 2442원보다는 10.4%, 2002년 1439원보다는 87.3% 높았다. 특히 지난 12월 노지감귤 평균 경락가는 1997년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을 기록했다.
또 제주산 활넙치 출하량(1~11월)도 전년 연간실적보다 10.6% 증가한 1만6978t 집계돼 그런대로 호조를 보였다.

11월 누계 기준 수산물 위판량은 전년에 비해 10.3% 감소했으나 위판금액은 8% 증가, 어획량 감소 등으로 인한 어민들의 시름을 조금은 덜어줬다.

#올해 제주지역 경제 전망
지난 연말부터 도내 소비자들의 소비심리는 다소 살아나고 있다. 한국은행제주본부의 '4ㆍ4분기 제주지역 소비자 동향조사'결과에 따르면 6개월 전과 비교한 현재의 생활형편CSI는 69로 기준치(100)를 여전히 밑돌았으나 전분기(59)보다는 다소 개선됐다.

특히 현재생활형편CSI는 지난해 4ㆍ4분기 이후 쭉 하락세를 보이다 처음으로 상승으로 반전됐다. 희망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감귤값 호조도 계속 이어질 질 것으로 전망된다. 첫 출하 때 강세를 보이다 출하중반에 가면 처지는 예년과는 달리 지난해에는 중반으로 가면서 상승탄력을 받고 있어 12월 가격 호조세가 올해에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돈의 경우 지난해 여름철 폭염 등으로 후보돈 입식에 실패하고, 각종 질병으로 인해 돼지 마릿수가 크게 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올해에도 돼지값 호조를 기대해 볼만하다.
그러나 대외의존도가 높은 제주지역 경제에 가장 큰 변수는 국내경기의 침체탈출 여부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올해 지역경제 전망은 암울하다.

한국은행은 ‘2005년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지난해 4.7%보다 낮은 4.0%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따라서 도내 경제주체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경기는 회복세가 더딜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카드 빚이라도 내서 소비를 일으켰던 예년과는 달리 지난해에 이어 은행 및 카드회사들의 부실채권 정리방침과 소비자들의 카드사용한도액 제한 등이 계속될 전망이어서 가계 및 유통업체 체감경기는 당분간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최근 국제유가 등락이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유가상승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큰 제주지역의 경우 국제유가가 상승으로 돌아선다면 농어민 및 서민가계는 부담은 물론 중소기업의 채산성도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

건설경기 회복의 관건은 올 신구간을 전후해 미분양주택을 어느 정도 해소하느냐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는 내년 계획된 공사 중 80% 이상을 상반기에 조기 발주, 건설경기 활성화를 꾀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지난해 도내 건설경기 위축의 원인이 민간부문 침체에 기인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공부문만으로 건설경기를 일으키기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신구간을 전후한 미분양주택 해소실적이 미흡할 경우 오는 2월 제주시 노형지구 주공아파트의 대규모 분양과 맞물려 건설경기 회복에 발목을 잡을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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