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라, 2004년!
잘 가라, 2004년!
  • 제주타임스
  • 승인 2004.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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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해가 저문다. 2004년, 갑신년도 이제 서서히 막을 내리고 억겁의 시공 속으로 사라지려 하고 있다.
여느 해나 마찬가지지만 올 한 해도 다사다난했다. 다사다난이란 표현이 진부하고 상투적인, 연말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용어이긴 하나 올해처럼 여러 가지 일도 많고 까닭도 많아 복잡했던 해도 드물 것이다.

설레임 속에 맞았던 새해 초의 희망과 기대는 멀리 피안으로 사라지고,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 시점에서 되돌아 보면 아쉬움과 회한만이 가득하다.
지난 한 해에도 나라 안팎에서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국내적으로는 대통령 탄핵 파동과 신행정수도 건설 위헌 결정으로 온 나라가 들썩 거렸고, 휴대전화를 이용한 수능 부정행위 파문은 그렇지 않아도 만신창이가 된 우리 교육을 끝모를 수렁 속으로 빠지게 했다.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경제불황은 수많은 청년실업자를 양산하고 서민 가계가 파탄이 나는가 하면 굶어죽는 아이까지 발생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가운데 도내 경제여건도 최악으로 내몰리면서 ‘경제고통지수’가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게 나타나 도민들의 고통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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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의미에서 교수들이 올 한 해를 상징하는 사자성어로 “같은 무리와는 당을 만들고 다른 자를 공격한다”는 뜻의 ‘당동벌이(黨同伐異)’를 꼽은 것은 정곡을 찌르는 절묘한 표현이었다.
정치권 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정파적 입장이나 이해관계에 따라 ‘누구 편이냐’를 가르고 패를 지어 상대를 배척하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져 지역간, 계층간, 세대간의 갈등과 반목의 골은 더욱 깊어졌던 것이다.

민생은 내팽개친 채 이른바 ‘코드정캄로 시행착오를 거듭하고 국민 대통합보다는 분열과 갈등을 부추기는가 하면 국가보안법 등 4대 입법에만 올인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 올해의 정치권이다.
한편 국제적으로는, 중동정세 불안 등으로 국제유가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며 세계경제를 강타하고, 연말을 덮친 남부 아시아 일대의 지진해일은 천변 지이(天變地異) 앞에 인간이 얼마나 작고 무력한 존재인가를 일깨워준 사건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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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한 해가 간다. 가는 해와 다시 맞이할 새해가 교차하는 세밑의 끝자락에 선 심사는 매우 복잡하다. 사람들은 올 한 해도 기쁜 일, 슬픈 일, 아쉬운 일들을 겪었을 것이다.
그래서 한 해를 보내는 마음은 제각기 다르다. 그러나 우리는 희망을 버리지 말자.
 오늘 이 한 해가 가지만, 해는 다시 떠오른다. 우리는 새해에서 희망을 찾지 않으면 안된다.

새해에는 제발 우리 사회가 갈등과 대립에서 벗어나 정치, 경제, 사회적인 안정을 찾아야 할 것이다. 보수와 진보로 갈려 대치하는 국론분열을 극복하고 경제불황을 헤쳐나가기 위한 각고의 노력과 희생이 요구된다.

더구나 새해는 민선자치 1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국제자유도시 건설이 더욱 본격화되고 특별자치도를 목전에 두고 있는 제주도로서는 민선자치 10년을 맞아 새로운 성장 동력의 창출에 힘 기울여 도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다시 한 해가 간다. 새해에는 다시 한번 몸과 마음을 추스르자. 을유년 새해는 닭의 해가 아닌가. 닭이 울어야 먼동이 트기 시작한다. 닭의 울음소리와 함께 어둠의 세력이 물러가고 찬란한 광명이 비치는 새해가 되기를 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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