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논리로 소통하는 사회를 바라며
다양한 논리로 소통하는 사회를 바라며
  • 고 은 숙
  • 승인 2011.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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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지도할 때 가끔 제주도 지역사회와 관련된 문제로 토론 수업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 때 중요하게 강조하는 것은 주장을 잘 내세우기 위해서는 적절한 근거를 논리적으로 제시하도록 하는 것이다. 객관적으로 정확한 근거 없이는 반론 상대를 설득할 수 없다. 감정에 호소하거나 억지부리기식의 주장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보편타당한 것으로 다른 사람들이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객관적인 것이어야 한다. 
최근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한국공항 지하수 취수량 증량 요청 건은 자원의 보존과 개발이라는 차원에서 뜨거운 논쟁이 되고 있다. 제주도의 지리적 특성상 ‘물산업’을 바라보는 시선은 예민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그러므로 ‘지하수 취수량 증량 요청’에 대한 찬성측 입장과 반대측 입장에 대한 견해가 충분히 검토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개토론의 장도 마련되어야 하고, 도민들을 대상으로 양측 입장에 대해 충분히 검토할 수 있는 기회도 있어야 한다. 그러한 역할을 성실히 수행해야 하는 것은 언론이다. 언론이 일방적으로 어느 한쪽의 입장만을 변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도민의 알 권리 충족이나 소통의 다양성을 위해서도 ‘자원보존과 개발’ 이라는 대립적인 논리, 혹은 두 가지를 통합한 논리에 대해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언론에서는 지하수를 보전하자는 주장, 성명서는 많이 보도되고 있는 반면에, 개발 입장의 논리는 접할 수 없어서 다양성의 한계를 느끼게 한다. 그리고 ‘도민정서’ 때문에 증량을 허용해 주면 안된다는 주장에는 객관성이 결여되어 있다. ‘도민정서’를 근거로 자원개발을 반대하는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또한 지역사회의 자원이 사기업의 이윤창출을 위해 이용될 수 없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부족하다.
지하수 증량과 관련된 기존의 찬반 논란에 덧붙여 제3의 논리들도 추가할 수 있다. 이를 테면 지하수는 제주도의 소중한 자원이다라고 했을 때 과연 어디까지 개발이 가능한지 토론이 필요하다. 어느 정도의 지하수는 개발하고, 나머지는 보존할 것인지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 보존과 개발이라는 대립적인 입장과 함께 두 가지를 통합하는 다양한 논리도 필요하다.
제주도의 소중한 자원을 이용하면서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게 적은 게 문제라면, 기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들면 된다. 얼마 전 방송보도에서 지하수 이용량은 많은데 원수대금은 얼마 되지 않는다는 뉴스가 있었다. 먹는샘물 업체에 대하여 이익을 챙기는 만큼 더 많은 원수대금을 부과시켜 지역사회에 환원시켜야 한다는 논리는 당연하다.
또한 공수관리 체계에 문제가 발생한다고 하면 이에 대하여 전문가 의견을 포함한 다양한 논리와 토론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각종 성명서만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언론사들도 한국공항의 지하수 취수량 증량이 제주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면 쟁점이 되는 사안에 대하여 관련 전문가의 의견을 보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역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다양한 소통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성명서가 아닌 논리가 통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논술지도교사 고 은 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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