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서까지 지역차별 받나
제56회 현충일을 보내면서 제주권 국립묘지 조성사업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제주홀대론이 또 다시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국립묘지 시설 사업에서 제주권 국립묘지 조성사업이 후순위로 밀려 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6.25참전 국가유공자 등의 고령화로 국립묘지 안장 수요가 늘어나고 지역유공자나 보훈가족들의 국립묘지 안장 및 참배 등 이용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지역별 국립묘지가 필요하다는 보훈가족과 지자체 등의 건의에 따라 권역별 국립묘지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제주에는 제주시 충혼묘지 인근에 제주국립묘지를, 충청권 일대에는 중부권 호국원, 경남산청군 단성면 남사리 일대는 남부권 호국원 명칭의 국립묘지를 조성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제주에서는 제주시충혼묘지 인근 도유지 1만6932㎡에 국립묘지를 조성하고 도내 14개 지역에 분산된 충혼묘지를 이곳으로 통합 배치할 계획을 세웠었다.
제주지역에는 현재 2만여명의 노령 국가유공자 등 국립묘지 안장 자격을 갖춘 이들이 있다. 이들은 제주지역에 국립묘지가 조성되지 않으면 사망할 경우 타 지역 국립공원으로 갈 수밖에 없다. 보훈가족들의 이용에 시간적 경제적 부담과 불편이 불가피하다.
그래서 제주지역 보훈가족 등에서는 오래전부터 제주에도 국립묘지가 조성돼 국가유공자들이 고향땅에 묻힐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그러기에 그만큼 제주권 국립묘지 조성에 대한 기대가 높았던 것이다.
그런데 제주지역 보훈가족과 도민들의 기대와 여망이 물거품이 되지 않을까하는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 제주권 국립묘지 조성사업에 대한 올해 기획재정부의 중기사업계획 심사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남부권 호국원에 밀려났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제주국립묘지 조성에 따른 국가보훈처의 국비확보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모든 조건이나 지역여건 상 제주국립묘지 조성사업은 1순위가 되어야 하는 데 후 순위로 밀려났다는 것은 제주가 지역세에서 밀려났다는 것이며 이는 정부가 제주를 홀대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죽어서 가는 길까지 지역차별을 받아야 하는가. 지역세가 약하다고 해서 영혼들에게까지 홀대하는 것은 정상적인 국가운영이 아닌 것이다.
약속 뒤집는 기업의 야욕
1984년 한진그룹 계열사인 제동흥산(한국공항 전신)은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일대 제동목장에서 지하수를 뽑아 먹는 샘물 ‘제주광천수’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제주로부터 처음 지하수 개발이용허가를 받은 것이다.
그런데 이 먹는 샘물 개발 이용허가조건은 대한항공 기내와 그룹계열사에 한해 공급한다는 것이었다. 판매를 못하도록 ‘조건부 허가‘를 내줬던 것이다.
이러한 조건부 허가는 도민의 생명수인 지하수를 지키고 제주지하수가 개인이나 특정 기업의 사익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어서는 아니 된다는 도민적 여론에 따른 것이다.
이후 1996년 한국공항 전신 제동흥산 대표도 도의회에 출석, “먹는 샘물 국내 시판은 절대하지 않겠다”고 공식 천명했었다. 이러한 약속을 함으로써 ‘지하수 개발 이용허가 연장’에 따른 도의회의 동의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한국공항은 2007년 1월 지하수 개발이용 조건을 어기고 외부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일반인에게 판매하다가 적발된 것이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한국공항 측은 제주지하수 판매 확대를 위해 이번에는 취수량을 3배나 늘려달라고 욕심을 내고 있다. 도민들에게 한 약속을 헌 신짝처럼 팽개쳐버린 것이다.
한국공항이 도의회로부터 동의를 받았던 지하수 개발 이용기간 만료일은 오는 11월 24일이다. 그렇다면 도의회는 한국공항의 지하수 취수량 증산 동의가 아니라 지하수를 판매하지 못하도록 쐐기를 박아야 할 것이다. 이번 도의회 임시회에 도민들이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