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국제뽑기
[데스크칼럼] 국제뽑기
  • 김종현
  • 승인 2011.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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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ven hottest girls of the world(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여자 7명), seven good looking men in southeast asia(동남아에서 가장 잘생긴 남자 7명), 가장 멋진 공항 7개, 가장 멋진 도시 7개, 훌륭한 영웅 7명 등등 7과 관련한 뽑기대회 수백개가 진행되고 있다. 바로 뉴세븐 원더스(N7W)라는 스위스의 비영리 단체가 기획한 인터넷 이벤트다. 제주도는 물론 우리나라 정부까지 나서서 이들이 뽑는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선정되기 위해 수많은 예산을 쏟아 붓고 있다.
N7W는 맨 처음 유엔과 연결돼 무슨 일을 하는 냥 소개됐으나 현재는 유엔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유엔의 홈페이지에 가면 유네스코는 N7W와 전혀 관련되어 있지 않음을 공식적으로 밝히고 제발 혼동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다. N7W측은 곧 유엔의 어떤 일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하지만 관계가 틀어진 유엔측의 생각은 다른 것 같다.
N7W가 비영리 단체라고 하지만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동안 세계 자연유산을 위해 이 단체에서는 한 푼도 쓰지 않아 국제적 비난을 받고 있다고 한다. 물론 N7W는 재단수익의 50%를 유엔 사업에 쓰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꺼림칙한 돈을 유엔이 받을 지는 의문이다.
N7W 자체는 비영리 단체라고 해도 그 산하에 NEW OPEN WORLD CORPORATION 이라는 단체가 국제 전화료 수입을 챙기고 있다. 스폰서 계약으로도 돈을 챙기고 로고 사용료도 받고 있다. 홈페이지에는 구글애드가 붙어 있어 한국 맛집 광고까지 붙어 있는데 모 방송 관계자는 구글애드가 붙어 있으면 국제적으로 ‘허접사이트’로 통용된다고 했다. 맛집 광고, 허접한 광고가 붙어 있는 곳이 요즘 한두 곳이 아니니 구글애드만 붙었다고 비하할 수는 없겠지만 그리 품격 높은 사이트는 아닌 것 같다.
7대 자연경관 후보지의 하나였던 몰디브의 문화예술관광부 장관은 최근 N7W가 엄청난 금액을 요구해 경쟁에서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투표 경쟁에 참가하는 것이 나라의 경제적 이익을 가져온다고 생각할 수 없으며 이 투표가 하나의 사기로 본다고 악담까지 했다. 인도네시아는 N7W가 행사비용으로 110억원을 요구해 왔다며 후보지였던 코모도섬을 빼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타지마할로 유명한 인도의 한 일간신문은 또 무슨 사연이 있는지 N7W가 민간기구에서 하는 쇼이며 마케팅 속임수라는 기사까지 게재했다.
제주도는 이번 투표 홍보예산으로 20억원을 사용하고 있다. 할 일 많은(?) 공무원을 동원한 전화비만 이미 수억원을 사용했다. 전공노 제주본부 임기범 본부장은 최근 한 기고에서 경관선정 투표와 관련해 “그 누구도 비판할 수 없고 터놓고 반대하면 제주지역 분위기는 무조건 나쁜 놈이고 애향심을 의심받는 형국”이라고 한탄했다. 또 “전화통에 매달려 대다수 세계인들이 인정도, 알아주지도 않는 인기투표 이벤트 행사에 제주의 미래가 담보된 양 현혹하며 도민의 동참을 호소하는데 는 분명 진정성이나 호소력이 없어 보인다”고 질타했다.
제주 세계 7대 자연경관선정 범국민추진위원회 관계자는 “국제적인 스포츠단체도 스폰서를 받고 있고 몰디브나 인도네시아 같은 나라는 N7W 측과 처음부터 계약을 잘못 체결해 돈이 많이 나가게 되자 탈퇴하겠다고 한 것”이라며 “우리는 돈을 많이 주기로 하지 않았으며 최근 삼다수가 스폰서 계약을 하겠다는 것도 만류했다”고 밝혔다. 또 “N7W가 당장은 유명하지 않아도 앞으로 세계적인 관심을 끌 수 있는 단체이기 때문에 이참에 한국도 알리고 뭐 나쁠 것이 있겠느냐”는 입장이다. 제주발전연구원은 7대 자연경관에 선정되면 해외 관광객이 한해 115만까지 늘어나 1조 2000억원의 생산유발효과가 있다는 주장까지 내놓았다.
도민이라면 누구나 7대 자연경관에 선정돼 그만한 효과를 거두기 바랄 것이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51억원이 투입된 ‘세계델픽대회’를 치른 뒤 제주도가 느꼈던 낯 뜨거움을 다시 한 번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11월 11일이 자칫 제주가 국제적인 호구임을 만천하에 알리는 날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기획 취재부장 김 종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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