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수 위해 더 이상 골프장 허가 말라
제주도가 투자한 지방공기업인 제주개발공사의 지하수 취수량이 많다고 하지만 도내 골프장들의 그것에 비할 바가 아니다. 2010년도 기준, 제주개발공사의 연간 지하수 취수량은 약 60여만t이다. 그러나 도내 31개 골프장에서 퍼 올리는 연간 지하수량은 무려 336만9000여t에 이르고 있으니 말이다.
이는 인구 60만 명이 모여 사는 제주도 전체의 원수대 부과 지하수 취수량의 약 20%에 육박하는 어마어마한 수량(水量)이다. 만약 앞으로 지하수 고갈사태가 벌어진다면 골프장도 그 주범 중의 하나가 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도 당국은 오늘에 이르기까지 골프장 허가를 남발해 오고 있다. 과거 골프장 수가 10여개에 불과했던 시절에도 한때 신규허가를 억제했던 적이 있었다. 그 주원인이 녹지대인 중 산간 초지 잠식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 때문에 당시 제주도에서의 골프장 허가는 커다란 이권이 걸린 사업이었다.
이처럼 힘들었던 골프장 허가가 언제부터인가 남발되기 시작했다. 현재 이 작은 제주 섬에 골프장이 31개나 난립한 것은 놀라운 일이다. 그런데 제주도 당국은 앞으로도 계속 골프장을 허가할 개연성이 높아 도대체 아름다운 제주도를 어디로 이끌고 가려하는지 걱정이다.
도민들이 과거에는 초지 잠식을 우려해 골프장을 반대 했었지만 이제는 그보다 더욱 심각한 것이 지하수 고갈과 오염이다. 만약 앞으로 골프장 수가 현재보다 배로 증가 한다면 제주도 지하수 사용량의 약40%를 ‘공놀이’를 위해 희생돼야 한다. 어디 그뿐인가. 골프장에 뿌리는 맹독성 농약으로 인한 지하수 오염도 큰 문제다.
제주도는 앞으로 신규 골프장을 일체 허가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도 골프장 난립으로 수익성이 저하되자 그 탈출구를 지하수 원수대 감면에서 찾으려는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다. 하물며 향후 골프장을 계속 허가 한다면 지하수-업계 모두가 망가질지도 모른다.
지하수 전수 조사 자주 해야
일반 도민들은 제주지하수의 실상을 잘 모르고 있다. 당연하다. 행정기관이든, 연구기관이든 도민들에게 오랫동안 지하수의 모든 것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으니 알 턱이 없다.
현재 제주지하수의 총 부존 량은 부족함이 없는지, 대규모 각종 관광단지를 조성, 지하수를 뽑아 올려 마구 소비해도 문제가 없는지, 오염 걱정은 없는지, 그리고 해수 침투는 어디까지인지 등을 비교적 소상히 아는 도민이 거의 없다. 하물며 재앙이라 할 수 있는 지하수 고갈-오염시기가 향후 50년 뒤에 올지, 100년 뒤에 올지를 예측해 보는 도민은 더욱 있을 수가 없다. 당국이 지하수 실상에 대해 오랫동안 함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당국이 10년 단위로 시행하는 ‘수자원 종합관리 계획’이라는 게 있어 이를 위한 지하수 부존량, 함양량, 개발 적정량, 오염 정도 등을 조사해 정책에 반영하는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지하수 전수 조사는 1993년과 2002년에 이어 내년에도 실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하지만 10년에 한번 ‘수자원 종합관리 계획’을 위해 지하수 전수 조사를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지금이 어느 때인가. 1년, 아니 한 달이 다르게 지하수 취수량이 급증하고 있으며 오염 요인이 증가하고 있다. 심지어 맥주공장 설립 등 지하수 대량 공급도 요구되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제주도는 세계적으로도 오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률이 높은 곳으로 평가 되고 있다. 해수면이 상승하면 지하수 부존 면적이 줄어들고 해수 침투지역이 넓어진다. 느긋이 10년에 한번 지하수의 실태를 조사하는 것은 19세기적 사고다. 당국은 적어도 2~3년에 한 번씩 지하수의 모든 것을 조사해 도민에게 자세히 알려야 한다. 최신 자료도 없이 한국공항 취수량을 늘리려하고, 신규골프장을 허가해 주려 한다면 그것은 잘못된 정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