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주의가 이상적이라는 것은 모두 동의한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누구나 일을 많이 하면 하는 만큼의 대가를 받는. 그렇지만 빈부격차 때문에 문제들이 발생한다. 지배계급을 만들고, 돈이 많은 자는 돈이 없는 자를 지배할 수 있다.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요즘 미국의 상황을 ‘미국의 종언’이라고 말한다. 그는 존스 홉킨스대 교수이자 '역사의 종언' 저자이기도 하다. 세계 경제를 이끌어온 미국 경제의 탈선이 세계 경제의 동반 몰락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자본주의 종언을 말하는 학자는 많다. 그 중 리민치(李民騏) 미국 유타대 경제학 교수도 대표적이다. 그는 ‘중국의 부상과 자본주의 세계경제의 종말’(리민치 지음, 류현 옮김, 돌베개 펴냄)이라는 책을 펴냈다. 현재의 자본주의 세계경제는 머지않은 미래에 종말을 고할 수밖에 없음을 예언하고 있다. 그는 미국은 쇠락한다, 그리고 중국은 떠오른다, 그렇게 되면 자본주의는 미국에서 중국으로 헤게모니를 교체하고 있을까? 라는 질문을 던진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은 다보스 포럼에서 ‘친절한 자본주의’를 제안했다. 자본주의가 부자뿐 아니라 가난한 사람을 위해서도 기여해야 한다는 핵심 요소이다. 그의 발언에는 자본주의 불안정성에 대한 안타까움이 깔려 있다.
그렇다면 자본주의 최대의 적은 누구일까? 물론 자본가 자신일 수 있다. 그들의 탐욕은 자본주의를 위기로 몰고 갈 수 있다. 자본주의 최대의 구원자도 그들일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번 돈을 사회에 환원하는 자본가도 많다. 그래서 타도의 대상이 되기도, 예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우리가 게이츠 회장의 친절한 자본주의를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에서 젊은이들의 사망이 증가하고 있다. 그 원인 중에 ‘자살’은 1위이다.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이다.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사회에서 생명의 잉태가 있을 수 없다. 최장의 노동시간과 최고 수준의 직장 스트레스, 자본주의의 무비판적 수용은 결국 출산율 저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 아이를 낳아 기르는 비용은 천정부지로 치솟지만 그로 인해 얻는 경제적 이득은 별로 없다. '인구 성장' 없이도 사회는 계속 성장할 수 있을까. 그렇지만 한 여론조사에서 약 70%의 한국 대학생들이 자본주의를 긍정한다.
우리가 숨 쉬는 제주사회도 자본주의 속성에 매몰되었는지 모른다. 그 결과 평화롭던 제주공동체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도민은 땅값이 오르기만 바라지만, 이미 옛터민은 붕괴되기 시작했다. 거대자본이 잠식하기 시작했고, 행정 책임자는 자본가를 찾아 머리를 수그린다. 지방언론도 자본을 따라 움직이고, 젊은이들의 희망은 피폐해지기 시작했다.
이처럼 자본주의가 위기에 빠졌음은 부정할 수 없다. 문제는 고장 난 시스템을 고치는 일이다. 이 일은 단순하지 않다. 고쳐야 할 대상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전제로 한다. 자본주의는 구체적 성과를 낼 때에만 존립할 수 있다. 자본주의는 인기가 없다. 특히 지식인 사이에서 그렇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자본주의가 얼마나 좋아할 만한 것인가가 아니라 얼마나 효율적인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인간의 이기심에 바탕을 둔 자본주의는 본질적으로 불안한 시스템이다. 노동자를 억압하고 폭리를 취한 초기 자본주의는 그야말로 흉물스러운 모습이었다. 자기 이익만 좇는 자본가의 야수적 본능 때문에 호황과 불황도 반복된다. 때로는 고통스러운 공황도 찾아왔다. 그런데도 자본주의는 지배적 경제체제가 됐다. 자본주의 대신 ‘시장경제’라는 근사한 용어가 통용될 정도다.
미국에서는 자유시장경제 체제에 대한 믿음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여론조사업체 글로브스캔이 "자유시장경제가 좋은 체제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응답한 미국인의 비율은 2009년 74%에서 2010년 59%로 하락했다. 특히 연소득 2만달러 이하 미국인의 자본주의 지지도는 같은 기간 76%에서 44%로 급락했다. 그렇지만 중국인의 자본주의 지지율은 전년도보다 상승한 67%를 기록, 2005년 이후 5년 만에 미국을 앞질렀다.
소설가 김 관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