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법, "의학적으로 명백히 입증해야 하는 것 아니다"
“공무로 인한 상이(傷痍)의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는 판결이 나와 눈길을 끈다. 제주지법 행정부(재판장 부상준 수석부장판사)는 18일 오 모씨(57)가 제주도보훈청장을 상대로 낸 공상공무원 등록요건 비해당 결정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이같은 이유를 들어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공무로 인한 상이의 인과관계는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직무수행과 그 부상.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입증이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평소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질병이나 기존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도 그 입증이 있는 경우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이 사건 상이는 화학시험 검사 공무원으로서 원고의 직무수행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며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피고의 처분은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1976년 화공기사시보 공무원으로 임용돼 1999년까지 공산품 품질시험 검사 업무를 담당한 오 씨는 1997년 상이(암)로 수술을 받은 후 장기간 발암성 화공약품을 취급한 점 등이 인정돼 2005년 국가유공자로 결정됐다.
그러나 2009년 감사원은 공무관련성을 검토하지 않고 공상공무원으로 결정했다며 공상공무원 등록요건 재심사 대상으로 제주도보훈청에 통보했다.
이후 오 씨는 지난 해 7월 제주도보훈청이 ‘화학약품에 대한 장기노출과 00암 발생 사이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음을 확인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국가유공자법에 정한 공상공무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정하자 비해당 결정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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