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종교, 그 많은 길목에서
[세평시평] 종교, 그 많은 길목에서
  • 공 옥 자
  • 승인 2011.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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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과 오월은 기독교와 불교에서 부활과 탄생을 기념하는 큰 행사가 있었다. 종교행사라기 보다 거국적인 문화 축제 분위기였다.
한 종교가 창시자에서 비롯하여 몇 천 년의 긴 시간을 건너 올수 있었던 것은 그 가르침을 최상의 진리로 믿고 생명을 바친 순교자와 전도자, 그들을 따르는 신도가 끊이지 않았던 결과이다. 정치적 박해나 적대적 세력의 공격을 받지 않은 종교는 없었다. 내부적 갈등으로 정화의 세례를 거쳐 내기도 했다. 그 고비마다 수많은 희생자가 있었다. 순교자로 추앙되는 사람 뒤에는 이름 없이 묻혀버린 사람이 얼마인지 모른다. 적지 않은 사람이 수행 끝에 흔들리지 않은 내면의 고요와 평화 기쁨, 활력, 우주와의 소통이라 표현하는 초월적 체험을 증언한다. 그 깨우침이 분명하기 때문에 자신의 길이 진리이며 유일한 구원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전 생애를 바치는 것이다. 사과를 한 입 깨물어 먹어 보아야만 그 향과 맛을 알 수 있듯이 스스로 체험하지 않는 한 옳다 아니다 논할 수가 없을 것이다. 신앙은 한 사람의 지적 감정적 인격적 수준과 맞물려서 도저히 이러저러해야만 한다고 판정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적어도 한 생을 다 던져 헌신해온 사람들을 몇 권의 종교서적을 읽었거나 몇 사람의 행적을 안다는 이유로 쉽게 폄하한다면 경솔한 일이다. 어떤 종교든 그 토양에서 자라지 않은 사람으로서는 속속들이 알 수가 없다. 다른 사람이 얻어 낸 체험의 결과는 내 것이 아닌 까닭이다.
모든 종교의 최종 목표는 기복적 요소를 걷어 낸다면 이타(利他)성을 지향한다. 관용과 자비, 사랑과 헌신을 실천의 덕목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공통성을 지닌다.
신앙의 궁극적 의도는 삶을 통찰하는 지혜를 얻고 생 노 병 사의 구속을 벗어나려는 처절한 소망이다. 그러나 그 선택은 각자 태어난 환경, 인습과 전통에서 영향을 받는다. 그 종교의 창시자가 어느 국가 어느 민족이라는 이유로 적대시하거나 백안시 한다면 편협한 시각이다. 종교는 인류의 구원이라는 원대한 최종 목표를 향하여 열려있어 국경이란 사실 의미가 없다. 불교는 인도에서 유교는 중국에서 기독교는 이스라엘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이 중요한가? 세상의 모든 종교가 국경을 넘나든지 천 년이 넘는다. 자국의 조상이 만든 종교가 절대하다는 신념은 애국심일 뿐이다. 과학적 성과를 한 나라가 독점하지 않듯이 학문이건 종교건 예술이건 이미 지구촌의 일이다.
우리민족의 천도교나 대순진리교 홍익인간을 통치 이념으로 했던 단군의 사상도 그 추종자의 입장에선 국경을 넘어 세상에 널리 알리고자 할 터이다. 천부경 역시 인류를 구원하려는 원대한 뜻을 품는다. 세계 모든 사람이 그 가르침에 순복해도 아무 하자가 없을 진리가 거기에 있었다.
 
문제는 종교의 원리가 아니라 이 시대에서 그 이념을 따르는 사람들의 삶이다. 신앙은 진리를 어떻게 설파하는가의 문제라기보다는 그 진리에 얼마나 헌신하여 자신을 바꿔 가는가의 실현에 비중이 실린다. 진리에 순복한다는 것과 진리를 안다는 것은 다르다. 신심이란 논리로 설명이 어려운 신비와 초월적 에너지의 흐름에 자신을 내 맡기는 일이기 때문에 함부로 그 추종자를 비난 할 수가 없다.
모든 종교에서 어린아이의 가치를 높이고 100%의 순종을 요청하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 종교에 전심전력 정진하고 나서 그 체험을 말해야 할 것이지만 모든 종교를 다 수행하기에는 생이 너무 짧다.
어느 길에서든지 얻고자 했던 목표에 도달하여 생의 절대적 유혹인 욕망의 수렁을 벗어나게 되면 바로 그 것만으로 신앙은 삶의 구원이 아닐까.
인생이 죽음 앞에 평등하여 지상에서 얻었던 아무 것도 자기 소유가 아님을 깨닫는 그 절대한 허무 속에 놓일 때, 신앙은 한 영혼의 빛이 되어 기쁨으로 비상을 꿈꾸게 하리라.
죽음이 생의 완성임을 증거하며 떠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있겠는가.

수필가 공 옥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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