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議會, ‘지하수 연극’ 꾸미지 말라
도의회 환경도시위가 재벌의 지하수 취수량 증량을 놓고 연극을 꾸며서는 안 된다. 도의회 환경위는 제주도가 한진그룹 계열사인 ‘한국공항(주)’의 취수량 증산을 봐주기 위해 올려 보낸 ‘동의안’을 의견수렴이 필요하다며 상정을 보류할 때부터 도민들은 불평이 많았다.
이치가 그렇다. 집행부로부터 ‘동의안’이 들어 왔으면 본회의에 상정, 가부를 묻고 그 결과를 통보하면 그만이다. 그렇잖아도 한진 계열사의 제주지하수 취수량 증산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이 절대적이었다. 한 시민단체와 대학 교수팀의 도민설문조사 평균치가 그렇게 나와 있다. 70%에 육박하는 68.3%가 지하수를 사기업(私企業)의 돈벌이용으로 악용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이를 모르지 않은 의회가 새삼스레 여론 수렴 운운하는 것은 난센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의회 환경위는 일단 동의안 상정을 보류해 놓고 내일 ‘집담회’라는 이상야릇한 이름의 설명회를 열고 있다. 이 설명회에는 한진그룹 계열사 측에서 관계자도 초청돼 지하수 증산의 합리성을 설득할 것이라니 명각본(名脚本)에 명연출(名演出), 명연기(名演技)의 무대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한진 계열사를 봐주고 싶은 제주도청 당국자들은 막 뒤에 숨어서 관중의 반응만 살피도록 짜여져 있으니 각본치고는 참으로 치밀한 각본이다.
더욱 극치인 것은 이 ‘동의안’의 해당 상임위인 환경도시위원회 소속 도의원이 막간을 이용해 한진그룹 계열사 ‘한국공항’ 관계자와 함께 여론기관을 방문, 지하수 취수량 증량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다녔다는 소식이다. 우리는 너무 기막혀서 이를 도무지 믿을 수가 없으며 또한 믿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이게 사실이라면 공분을 금할 수가 없다. 이런 행동거지야말로 사기업의 시녀(侍女) 노릇임과 동시에 견제 감시 대상인 행정기관의 시녀 노릇에 다름 아니다.
이는 최근 보조금과 관련, 공무원의 멱살을 잡고 폭언한 도의원의 행태보다도 더 지탄 받아 마땅하다. 장본인의 사과는 물론, 의회의장의 사과도 있어야 한다. 환경도시위원회는 ‘집담회’라는 괴짜 설명회를 미루고 우선 윤리위부터 구성, 시녀처럼 민간기업의 대변인 역할을 한 의원의 품격 파괴와 도덕성 문제부터 다뤄야 옳다.
KAIST연구단지, 成事는 되나
제주도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간에 연구단지 조성사업 업무협약이 맺어진 것은 지난 2009년 2월이다. 벌써 2년 3개월이 되었다. 그러나 이 사업은 아직 착공조차 못 한 채 지지부진이다. 사업 지연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과연 성사(成事) 되는지가 의아스럽다.
업무 협약 당시 도민들은 상당한 기대를 걸었다. 국내 굴지의 대학시설이 있는 것도 아니요, 도내 인재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 별도의 독립된 과학연구시설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렇듯 열악한 제주도에 KAIST연구단지가 들어서게 됐다는 소식은 낭보가 아닐 수 없었다.
사업비 1000억 원을 투입, 70만㎡에 에너지-환경 연구 시설과 연수원 등을 갖추게 된다면 농어업-관광 위주의 제주도가 과학도(科學道)로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당초 계획대로 KAIST연구단지가 지난해 이미 착공됐더라면 지금쯤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어야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착공은커녕 겨우 구좌읍 김녕리 소재 도유지(道有地) 3만여㎡를 부지로 확보했을 뿐이다. 이러다 보니 차세대 수송시스템인 ‘그린 모바일하버’ 연구시설이나 ‘온라인 전기자동차’ 연구단지 조성 등은 손을 놓은 상태다. 다만 전기자동차의 경우는 내년 세계자연보전 총회까지는 선을 보인다는 계획이지만 이 역시 두고 봐야 한다.
어쨌거나 KAIST연구단지만은 설사 늦더라도 제주도에 꼭 들어서야 한다. 이에 대한 제주도의 역할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