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오메기술과 제주어 산책
[세평시평] 오메기술과 제주어 산책
  • 고훈식
  • 승인 2011.05.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며칠 전, 제주도문화관광 해설사회 행사 일환으로 오메기술 만드는 체험을 했다.

성읍민속마을 자료에 따르면 오메기술은 1990년 5월 30일 제주특별자치도 무형문화재 제3호로 지정되었다. 기능보유자는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에 사는 김을정(金乙貞)이다.
제주도는 논이 매우 귀하기 때문에 쌀로 술을 빚지 않았으며 주로 찰조를 이용하여 술을 빚는데 줄보리로 만든 누룩과 차조쌀로 만든 오메기떡을 주원료라서 술맛은 걸쭉하면서도 부드럽다.
누룩은 줄보리(맥주보리)를 맷돌에 거칠게 갈아 적당량의 물로 되게 반죽한 후, 삼베보자기로 싸서 발로 단단히 디뎌 굳힌 다음 짚 위에 띄우는데 누룩을 직경 10cm, 두께 2.3~3cm 정도의 보리개떡 형태로 만들어 멱서리나 항아리에 짚 한 켜, 성형한 누룩 한 켜씩 교대로 담아 따뜻한 아랫목이나 볕이 잘 드는 실내에서 15일 정도 말린다. 잘 뜬 누룩은 노르스름하면서 푸르스름한 곰팡이가 고루 피는데, 누룩을 잘 뜨게 하기 위해서는 2~3일에 한 번씩 맨 위에 있는 누룩을 맨 아래로 자리를 이동시켜 주어야 한다. 1주일이 지나면 후끈후끈한 열이 오르면서 누룩이 뜨기 시작하며 15일이 지나면 열이 내리면서 발효가 끝난다. 술 빚기 2~3일전 햇볕에 바짝 말렸다가 가루로 빻아 쓴다.
거피한 차좁쌀을 곱게 갈아 적당량의 물로 반죽한 후 오메기떡을 만든다. 오메기떡은 차조 1말을 물에 12시간 침지하여 충분히 불린 후 물기를 빼고 가루로 빻아 끓여서 식힌 물로 되게 반죽하여 만든다. 이 오메기떡을 물속에 넣고 삶아내는데 눋지 않도록 가끔 주걱으로 잘 저어준다.
다 익은 떡은 물위로 떠오르므로 이를 건져서 식기 전에 덩어리진 것 없이 물을 쳐가면서 손으로 잘 치대서 죽을 만든다. 여기에 누룩가루 2되를 섞고 반죽하여 술독에 안친 다음, 물 40L를 부어 술 안치기를 끝낸다. 술독은 공기가 잘 통하면서 20~30℃되는 어두운 곳에 이불로 싸매서 일정한 온도유지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여 7~10일 가량 발효시킨다. 이때 술의 변질을 막아주기 위해 항아리 밑바닥에 생대잎(죽엽)을 한 켜 까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다 익으면 항아리 속의 술 표면에 검은 색 기름이 떠오르게 되며, 곡주 특유의 향기와 약간 새콤하면서도 감칠맛 나는 오메기술이 만들어지게 된다.

오메기떡을 좁쌀로 만드니까 좁쌀 술이나 탁주라고 하지 않고 오메기술이라고 하는 지 명칭이 궁금했다.
항간에는 조 껍데기로 만든 술이라고도 한다는데 제라헌 제주도 사람들은 조 껍데기를 도새기 것으로 썼을망정 술로 빚는 솜씨는 없었다.
빙떡은 빙 둘러서 만든 떡이고, 오물떡은 오목오목하게 눌러 만든 메밀떡이고, 상외 떡은 제사상 아래 제물로 놓는 떡이라는 거다. 그러니까 오메기떡도 삶을 때 익기 좋게 가운데를 오목하게 빚는다고 하여 생겨난 말이라고 한다.
오메기라는 말뜻도 알았으니 슬그머니 즐겨 쓰는 의태어, 옴막과 옴탕을 떠올렸다. 옴막은 속이 얕지만 오목하게 들어간 거고 옴탕은 발이 빠질 정도로 깊게 패인 느낌을 주는 말이다. 더하여 옴짝과 오물렉기가 있다. 옴짝은 비도덕적으로 남모르게 온통 삼켜버렸다는 욕심을 나타내는 말이고 오물랙기는 아까운 것을 서둘러 삼켜버린 그 입에 손을 집어넣어도 끄집어낼 수 없어 아쉬움이 크다는 느낌이 든다.
‘맨드라 놓은 떡도 입더레 들이 쳐사 먹어져.’라는 속담도 있듯이 오메기술도 오몽해사 만들어 진다. ‘오몽허다’는 ‘몸을 움직여서 일을 하다.’는 뜻으로 제주도 사람들에게는 생활신조나 다름없는 말이다. 아무튼 좁쌀을 반죽하고 떡을 으깨면서 ‘푸달푸달’이나 ‘는달는달’하다는 감각도 익혔다.
누룩에 따라 제주도가 자랑하는 식혜인 ‘쉰다리’도 만들 수 있고, 오메기술 만드는 과정에서 발효시키려고 보관하지 않고 솥에 넣어서 불로 조리면 증유가 고소리 항아리 코로 흘러나오면서 모아 지는데 이것이 제주도 토종 소주인 ‘고소리술’이다.

제주도 문화관광해설사 고 훈 식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