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수 이용, 맥주 다량 생산 옳은가
대규모 생수 공장 하나 더 늘리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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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가 청정지하수를 이용, 다량으로 맥주를 생산하려는 처사가 과연 옳은 일인지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그 이유는 제주도가 추진하고 있는 지하수 이용 다량 맥주 생산 회사가 구좌읍에 들어설 경우 현재 운영 중인 제주개발공사 먹는 샘물 취수공장 정도의 시설 하나가 추가로 더 설치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즉 제주지하수 보호정책을 역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다.
그렇잖아도 제주도가 한국공항 월 지하수 취수량 3000t에서 9000t으로 증산하는 문제를 의회에 동의 요청했다가 반발을 사고 있는 참이다. 지하수의 공수개념 포기라는 것이다.
사실 제주 청정지하수를 이용한 맥주 생산업을 허가하는 행위는 한국항공의 생수 취수와는 또 다른 형태의 지하수 사유화 혹은 공수화(公水化)의 포기를 의미한다. 맥주(麥酒)란 것이 말이 ‘보리술’이지 사실상 원료 대부분이 물이다. 지하수를 퍼 올려 돈벌이를 한다는 점에서는 ‘먹는 샘물’ 장사나 맥주 장사 모두 다를 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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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제주도가 추진 중인 청정 지하수 이용 ‘프리미엄 제주맥주’ 사업이 상당 부분 진척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 제주개발공사가 ‘프리미엄 제주 맥주’ 생산기술 개발사업자로 선정 되었고, 생산시설 완료 등 사업기간도 2013년까지로 예정돼 있다. 투자액도 320억 원 정도로 잡고 있다. 앞으로 사업타당성 및 경제성 분석에 대한 용역만 끝나면 이 맥주사업은 급물살을 탈 기세다.
특히 제주도는 ‘프리미엄 제주 맥주’사업을 민-관 합작의 제3섹터 방식으로 추진할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다시 한 번 특혜시비가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된다. 벌써부터 5개 국내 대기업은 물론, 외국의 다국적 기업들까지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는 것이 그러한 우려를 낳게 하고 있다. 그들 대기업들은 노다지와 같은 청정 제주지하수의 이용권을 선점하기 위해 제주진출을 노리고 있는 것임이 분명해 보인다.
만약 제주도가 제3섹터 방식을 택하든, 아니면 순수 민간사업으로 추진하든 맥주 사업권을 따거나 참여한 업체는 특혜를 누리게 된다. 따라서 사업자 끌어들이기는 매우 쉬울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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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제주도의 계획대로 제주지하수를 이용한 맥주사업을 허가할 경우 한국공항의 예에서 보듯 공수화(公水化) 포기와 형평성의 문제가 불거지게 될 것이다. 제주 지하수를 활용한 음료 수 등 제2 제3의 사업허가를 요청해 오더라도 거부할 명분이 없게 됨으로써 보호니 공수화니 하는 그동안의 노력들이 허사가 될 수도 있다.
제주도는 아무리 돈 되는 사업이라 하더라도 거기에 눈이 어두워 지하수보호에 역행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오늘날의 청정 지하수가 오염되거나 고갈되는 사태를 상상해 보자. 제주지하수야 말로 설사 철철 넘쳐 도내 곳곳에서 샘물로 솟아나더라도 아껴야한다. 제주지하수는 이미 생명수를 넘어선 성수(聖水)로 인식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 같다. 제주도가 진실로 지하수를 보호할 생각이라면 맥주 사업을 취소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