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세계7대자연경관’
[세평시평] ‘세계7대자연경관’
  • 김관후
  • 승인 2011.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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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자에 ‘세븐원더스’라는 얘기를 들어보셨죠?” “세븐원더스…?” “제주도를 세계 7대경관…” “아, 세계7대경관…” “이게 주최가 어딘지 혹시 아세요?” “위원회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개인이에요, 개인.” “민간부분에서…” “그렇습니다. 유네스코도 아니고 공인된 국제기구도 아니고, 개인이 하는 거예요.” 지난 4월 12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에서 김효재 의원과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나눈 질의-응답 내용이다.
‘세계7대자연경관’ 투표가 난관이다.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제주도가 미래가 달려있다고 목을 맸던 사업이 오리무중에 빠지기 시작했다. 제주도는 일찍이 유네스코 자연과학부문 3관왕을 차지하였다. 2002년 생물권 자연보전지역지정에 이어 2007년 세계자연유산 등재, 그리고 2010 세계지질공원 인증을 받았다. 이 여세를 모아 '세계7대자연경관'으로 선정받기 위하여 발을 벗고 나섰다.
1억 명 투표하면 7등 안에 들 것이라고 했다. 1조 5000억원의 경제적 파급 효과가 있다고도 했다. 공무원들은 종일 전화를 붙잡고 있었다. 그러나 '세계7대자연경관'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뉴세븐원더스'(New7Wonders)재단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공신력이 없는 단체라는 주장이다. 결국 UN의 공식 파트너가 아니라는 UN쪽 대답이 나왔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게 지방정부가 나서서 해야 하는 일이냐는 의문이 꼬리를 물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제주-세계7대자연경관선정 범국민추진위원회는 꾸려졌다. 지난 4월 24일에는 성산일출봉 잔디광장에서 N7W 제주 선정기원 문화관광축제와 D-200 및 재단월드투어 행사도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정운찬 범대위원장을 비롯해 정병국 문화관광부장관, 이배용 국가브랜드위원장, 우근민 제주지사 등도 함께했다. 특히 N7W재단 설립자인 버나드 웨버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대통령이 나서고, 국회가 나서고, 제주도가 나서고, 사회단체가 나서서 호들갑을 떨기 시작한지도 꾀 시간이 지났다. 지역 언론까지 나서서 보도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 N7W 선정 투표에 1억이 손을 들어준다는 사실이 정말 가능하단 말인가? 결국 UN협력사무국은 “N7W재단이 공식 파트너가 아니다”라고 밝힌 상황에서 제주도가 답변할 차례이다.
우리나라 경관이 세계 명소가 될 것이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세계자연경관에 어디 서열을 정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제주도가 정식으로 유네스코에 신청해야 옳지 않을까? 차라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목록에 올리도록 노력을 북돋우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닐까? N7W가 되었다 해도, 이것을 세계가 인정을 하느냐 하는 문제가 남는다.
덩달아 제주도는 세계7대 자연경관 선정에 따른 도민 역량을 모으기 위해 임시반상회까지 열었다. 반상회에선 N7W 캠페인 추진 목적, 외국의 추진 사례, 기대효과 등에 대한 설명과 함께 민간 참여 확산을 위하여 공무원들이 동원되었다. 반상회는 행정안전부가 전국 동시 개최를 권장한 4월 25일로 예정됐으나, 세계7대 자연경관 선정 D-200일 행사를 감안해 3일 앞당겼다.
그렇다면 도민의 반응은 어떠한가? 분개하는 지역이 생겨났다. 바로 서귀포시 강정마을이다. 그곳에는 ‘한 손에는 세계7대자연경관, 한 손에는 군사기지? 환경과 평화를 위협하는 군사기지 건설은 중단되어야 합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강정마을은 생물권보전지역이며 생태계보전지역이며, 해양보호구역이다. 제주도가 세계의 보물이라면 강정마을은 제주도의 보물이다. 제주도가 홍보예산 20억 원을 책정하고, 관공서의 전화요금만 3억원이 넘는다는 사실이 과연 제주관광을 위하여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소설가 김 관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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