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농민 자생력에 문제"
"제주농민 자생력에 문제"
  • 제주매일
  • 승인 2011.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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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생산 조생양파.봄배추 처리대책을 보며

"제주농민 자생력에 문제"
과잉생산 조생양파.봄배추  처리대책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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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산 조생양파와 봄 배추 처리에 비상이 걸렸다. 과잉생산에 따른 가격 폭락현상 때문이다. 제주에서 생산되는 올해산 조생양파는 5만770여톤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생산량보다 31%나 증가한 것이다.
 이 때문에 출하초기 15kg 1망당 9000원대로 거래되던 것이 4월 30일에는 서울 가락시장 도매가격이 평균 5700원까지 폭락했다. 작년 같은 기간의 평균 16200원에 비하면 거의 3분의 1 수준이다.
 봄 배추의 상황은 더 험하다. 올해 제주산 봄배추 생산 예상량은 11725톤이다. 지난해 생산량 3908톤 보다 3배나 증가한 양이다. 가격도 10kg 1망당 3000원까지 떨어졌다. 생산비는 커녕 오히려 갈아엎기 등 폐기비용만 더 들뿐이다. 그래서 대정 한경 안덕 등 봄배추 주산지 농민들은 절망적 상황에 신음하고 있다.
 제주농협지역본부와 도 농정당국 등에서 대대적으로 제주 조생양파와 봄배추 소비촉진 운동을 전개하는 이유도 절망상태의 생산농민들에게 뭔가 도움을 주기위한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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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협지역본부인 경우 판매촉진을 위한 대책으로 농협 하나로 마트 특판행사, 농협중앙회 산하 점포에서의 직거래 장터 운영, 도내 농·축협에서 1콘테이너 더 사주기 운동, 제주농협 전 임직원이 각 품목 3망씩 사주기, 전국 농협계통사무소 공급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농협 조직의 이러한 소비촉진 운동이 시름겨워하는 농민들의 적자영농에 도움이 되고 영농의욕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그러나 이 같은 농협조직이나 공무원 조직을 동원해서 되풀이 되는 농산물 판촉활동이 농산물 과잉생산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이번의 조생양파와 봄배추의 가격 폭락에 의한 처리 난은 과잉생산이 원인이다. 수요를 감안하지 않은 농민들의 재수보기식 투기영농이 만들어 놓은 현상이나 다름없다. 가격이 치솟았던 지난해의 좋았던 시절만을 생각하며 너도 나도 생산면적을 늘렸기 때문이다. 덩달아 작황까지 좋아 과잉생산이 불가피해 졌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봄 조생양파나 봄배추 가격 폭락과 처리난 등 야채 파동은 농민들이 듣기에는 섭섭할지 모르지만 생산농민에 책임이 돌아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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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처럼 전년도의 좋았던 가격만을 믿고 농민들이 앞뒤 재어보지 않고 재수보기식 투기성 영농활동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또 있다. 영농당국의 농업관측과 농업예보에 대한 무관심과 대증(對症)요법에만 의존하려는 영농정책도 한 몫을 하는 셈이다.
 전국적 작목별 재배면적이나 작황분석 등 농업관측과 이를 토대로 농업예보를 해줌으로써 농민들의 영농계획을 짜는 데 도움을 줘야 하는데 이러한 제도적 장치가 미흡하다.
 그리고 영농시작 전 작목별 재배 예상 현황을 파악하여 농민에게 생산 예상량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농민 스스로 생산면적을 조정하도록 해야 하는데 그러지도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가격폭락 등 문제가 야기되면 공무원을 동원하고 예산을 지원하면서 사태를 해결하려 드니 농민들의 관 의존도만 높이는 꼴이다. 잘못되면 관에만 의존하며 자생력을 약화시켜 왔던 것이 작금 제주농업의 현주소나 다름없다.
 과잉생산 감귤 등에 매해 수백억원씩의 예산이 지원되고 양배추 등 되풀이되는 채소류 파동 때마다 공무원과 사회단체 등을 동원 과잉보호하는 농업정책이 농민들의 자생력을 약화시키는 기제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관 의존 영농이나 관치 영농으로는 제주농업이 제대로 설수가 없다. 차제에 심각하게 고민해 볼 일이다. 농민도 변하고 농업정책도 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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