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자치제 부활이 먼저다
제주시장과 서귀포시장 등 이른바 ‘행정시장 직선제‘를 여론조사를 통해 결정하겠다는 ’행정체제 개편 모형 추진 매뉴얼‘이 공개됐다. 지난주 열린 ’제주도행정체제 개편위원회 1차회의‘에서다.
여기에 따르면 올 연말까지 바람직한 행정체제 추진안을 마련한 뒤 내년 8~9월 종합적인 도민여론조사 용역을 실시하고 내년 실시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행정체제 개편 모형 도입방안을 확정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행정시장 직선제가 벌써부터 ‘기초의회 없는 기초자치 단체장 직선이 가능한가’라는 위헌성 시비와 이를 위한 제주특별법 개정 등 법체제 정비 문제, 이 과정에서 정부와 국회 설득논리 취약 등의 걸림돌을 어떻게 뛰어넘느냐는 사회 일각의 부정적 시각이 팽배하고 있다.
이러한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시각에 관계없이 행정시장 직선제를 여론조사를 통해 확정하겠다는 발상은 여론 왜곡 등 또 다른 논란거리를 제공할 공산이 크다. 여론조사 기술이나 설문 형식과 내용에 따라 민의의 순수성이 엄청나게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 논리로 ‘행정시장 직선제가 바람직하다, 아니다’로 물었을 경우 행정시장에 대한 선호도는 높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와 달리 ‘시의회가 구성되는 기초자치단체 부활’ 과 연결된 ‘행정시장 직선‘과 단순한 ’행정시장 직선‘을 놓고 조사를 했을 경우의 민의는 엇갈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도가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행정시장 직선 등 행정체제 개편모형을 만들려면 이러한 경우의 수를 망라한 심도 있는 연구와 검토를 거쳐야 할 일이다.
단순한 ‘행정시장 직선‘만을 물을 것이 아니라 명실상부한 기초자치단체 부활을 전제로한 행정시장 직선을 놓고 시민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해 왔듯이 진정한 지방자치제를 실현하고 도의 독점적 막강권한을 일선에 분산하기 위해서는 행정시장만이 아니라 의회가 구성되는 진정한 기초자치단체 부활이 필요한 것이다.
도정 ‘도민담임제’ 득실 따져야
도가 도민이 직접 도 정책결정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민담임제’와 ‘자문교수제’를 운영하기로 했다.
‘도민담임제’는 지역주민, 여성, 장애인 등 다양한 계층의 도민들을 도정의 각 부서에 배치해 이들의 의견을 도 정책결정과정에 참고하거나 반영해 나간다는 것이다.
또 자문교수제의 경우 각종 정책계획수립과 진행과정에서의 문제점 등에 대한 조언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생활일선의 도민이나 전문가 그룹이 직접 도정에 참여하여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조언 등 정책 자문을 하는 것은 나무랄 일이 아니다. 오히려 권장할 일이다.
그러나 이를 시행함에 있어서는 갖가지 예측 가능한 문제점을 걸러내는 작업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가령 도민의견 수렴과 이를 도정에 반영하려면 도민 대의기관인 도의회의 역할을 주목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도 일반도민의 생활지식을 도정에 반영하기 위해 부서배치 도민이 불쑥불쑥 정책건의를 하거나 도 행정부서의 행정행위에 간섭하게 되면 이는 행정지원이 아니라 행정방해만 일으킬 것이다. 벌써부터 행정의 ‘옥상옥’기구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래서 도민담임제의 득실을 따져봐야 할 것이다.
도민이나 전문가 그룹의 도정참여나 도정 조언은 직접 행정부서에 배치되어야만 하는 거은 아닐 것이다. 여러 가지 지혜로운 방안은 찾아보면 많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