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산 너머에
[세평시평] 산 너머에
  • 양부임
  • 승인 2011.04.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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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너머 00에는 누가 살 길래
해마다 봄바람이 불어 오며는...... 
내 유년시절에 방학을 틈타서 내려온 오빠는 가끔 이 노래를 부르곤 했다.
오빠 역시 산 너머 물 건너 서울에 올라가 최고의 학부를 마치셨다. 그 시절에 산 너머에 공부하러간 오빠는 거인처럼 대단히 커 보였다. 
금년 들어 KIAST 학생들이 자살사건이 네 번 일어났다. 이 때문에 서남표 총장이 청문회장에 서게 되었고, 최고의 엘리트들을 키워내는 KIAST가 제도상 문제점으로 인해 누구나가 쉽게 부를 수 있는 대중가요처럼 입방아 찧는 꼴이 돼 버렸다.
KIAST는 많은 사람들에게 선망이 대상이 되는 학교이다. 일반대학과 달리 이 대학에 들어가려면 초등학교 때부터 영재 대상에 속했던 학생이라도 입학대상이 될까 말까하니 일반학교에 다니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겐 부러움이 대상일수밖에 없다.
가장 위험한 것은 급한 일이 끼어들어 중요한 일을 밀어내는 것이다.
떠나보낸 제자들로 인해 전무후무했을 것 같았던 학사제도가 개선되고 수억 원대의 기부금을 낸 총장의 몇 천 만원을 탐내는 사람처럼 둔갑되어서 안타까움일 수밖에.
KIAST 발전재단에 따르면 서 총장은 2006년 7월 취임 후 최근까지 64차례에 걸쳐 2억 8400만원을 학교에 기부했다. 그리고 취임 후 5년 동안 외부에서 거둬들인 기부액만도 1,580억 원에 이른다고 하였다. 학교 총장이 수 십 번에 걸쳐서 꾸준하게 기부하는 것도 흔치 않는 일인데, 떠나간 제자들 때문에 청문회를 연다는 것은 우리사회가 용서와 타협으로 가는 게 아니라 지탄과 지적이 사회를 방불케 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비를 맞지 않았더라면 맑은 날의 고마움을 깨닫지 못하듯이 수업료를 내지 않았더라면 그 수업이 얼마나 귀중한 것인지 알지를 못한다.
떠나가 버린 학생들 때문에 학교 측에서 차등수강료 부과제도 폐지 및 학업부담 완화 등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논의하게 되었다. 좋은 일이다. 그러나 최고의 과학도를 양성하는 곳에서 까지 면학분위기가 느슨해 질것이라는 우려함도 배제 시킬 수는 없는 것 같다.
기러기 아빠 · 기러기 가족이 왜 생겨났는가? 영어 조기 교육열 때문이다.
영어의 바람은 갈수록 거세져서 초등학교 저학년에서도 방과 후에 영어수업을 하고 있는 마당에, 영어강의로 수업을 듣는 게 힘들어서 목숨을 끊었다면 생명의 가치를 잊은 듯하다. 자신의 생명은 자신만의 것이 아닌 인간의 존엄성을 지닌 우리 모두의 것이기에 함부로 할 수가 없다.
외국인 학생들은 영어로 강의를 하지 않는다면 굳이 KIAST에 올 필요를 못 느낀다고 했듯이, 최고의 학부에서 교육을 받는 엘리트들의 영어 강의가 힘들다면서 문제제기가 이어진다면 또 다시 KIAST는 글로벌시대에 산 너머에서 불어올 바람잡이 역할에 급급할 것이다.
 KIAST 사건을 보면서 우리나라는 문제가 발생해야 항상 아옹다옹 식이다.
일찌감치 교육당국에서의 지적대상이 됐다면, 무모한 나이에 있던 그들도 생명을 단축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어쩌면 유명을 달리한 인재들 네 명은 훌륭한 사회지도자가 되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을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죽을 각오로 공부하되 나약함을 이겨다오.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 잃은 것이 가장 두렵다.” KIAST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외국인 교수의 글을 곱씹어 보면서 정희성 님의 시로 갈무리 한다.

숲에 가 보니 나무들은 / 제가끔 서 있더군. / 제가끔 서 있어도 나무들은 / 숲이었어 / 광화문 지하도를 지나며 / 왜 그들은 숲이 아닌가. / 이 메마른 땅을 외롭게 지나치며 / 낯선 그대와 만날 때 / 그대와 나는 왜 / 숲이 아닌가.

사회복지사 양 부 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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