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막걸리 공장인가
이번에는 막걸리 공장인가
  • 제주매일
  • 승인 2011.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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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농업기술원 막걸리 생산계획에 도내 토종업계 강력반발


이번에는 막걸리 공장인가
도농업기술원 막걸리 생산계획에 도내 토종업계 강력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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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한국식품연구원이 우리나라 대표적 전통술인 막걸리에서 세계최초로 항암 물질인 파네졸(Farnesol) 성분을 발견했다고 밝힌 이후 막걸리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특히 미네랄이 풍부한 제주지하수로 빚은 제주 생막걸리는 이러한 우수한 기능성에 힘입어 일본 수출 등 제주의 수출시장 개척에도 한몫을 하고 있다.
 한국식품연구원 하재호 박사연구팀은 지난 14일 누룩과 물을 섞어 만든 발효주인 막걸리에서 항암 및 항종양 성질을 가진 파네졸을 발견했고 이러한 항암 물질 함량은 맥주와 와인보다 최대 25배나 높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막걸리가 세계적 주류에 못지않게 우수한 기능성을 함유하고 있음을 과학적으로 증명해 낸 것이다.
 이러한 막걸리의 기능성 효능이 알려지면서 막걸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덩달아 막걸리 소비도 증가하고 있다.
 막걸 리가 주류소비 시장의 판도에 영향을 줄만큼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 주류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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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이러한 막걸리의 순기능에도 이에 대한 반작용이 움트고 있다. 행정당국이 막걸리 제조․판매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수십년간 가까스로 명맥을 유지해오고 있는 지역 토종 막걸리 제조업체들의 강력한 반발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지역에는 지난 1988년까지는 9개의 막걸리 공장이 난립해 적자경영에 허덕여 왔다. 그래서 1988년 11월 이중 8개 막걸리 공장이 합쳐졌다. 제주합동양조(주)가 통합 막걸리 업체다.  현재는 이 업체와 산남 쪽 막걸리 업체 1개소등 2개 업체가 있다. 그런데도 수익은 보장되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최근 2~3년 사이 막걸리 소비가 늘어나면서 희망을 갖기 시작했고 일본 수출시장 개척 등으로 제주의 토착막걸리 제조업체는 그 동안의 막걸리 제조 노하우를 바탕으로 시설 확충을 하는 등 본격적 활로 모색에 나서고 있다.
 그런데 최근 도농업기술원이 경기도농업기술원과 제주에 막걸리 공장을 세우겠다고 발표하면서 이들 제주의 토종 막걸리 제조업체를 죽이려 한다는 비판을 부르고 있다. 행정당국이 나서서 보호받아야 할 지역제조업체의 싹을 잘라버리려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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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 농업기술원은 최근 경기도 농업기술원과 공동으로 제주암반수와 경기미 감귤이 조합된 프리미엄 막걸리를 생산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6월에 시제품 개발을 거쳐 8월에 신제품을 출시할 것이라는 구체적 일정도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도농진원의 막걸리 생산 계획에 부정적 시각을 보내는 쪽이 많다. 행정당국이 앞뒤 감당없이 ‘한건주의 실적 올리기’에 급급하다는 비난인 것이다.
 발효기술과 암반수 배합 응용 등 오랜 경험축적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해야 할 발효주 생산 판매를 3~4개월만에 제품을 출시하겠다는 것은 또 다른 공기업을 만들어 실적주의 실험용으로 공적 예산을 낭비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비판인 것이다.
 특히 지역업체와 한마디 상의도 없이 갑자기 타시도 기술원과 합작 생산을 하겠다는 것은 수십년간 제주전통주 생산의 명맥을 유지해온 토종 업체를 한번에 없애버리겠다는 것이 아니냐고 토종업체들은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업체를 키워주지는 못할망정 짓밟아 버려서야 될 말인가. 도가 깊이 생각해야 할 일이다. 막걸리에 욕심을 낼 요량이라면 기존 업체의 의견도 들어보는 것이 순서이며 지역업체를 키우는 일이기도 하다. 행정의 무모한 실험은 도민의 혈세만 축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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