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수 증산 案 보류, 꼼수인가 아닌가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가 오늘부터 열리는 제281회 임시회에 제주도가 제출한 한진그룹 계열사 ‘한국공항’의 지하수 증산 동의안을 상정하지 않기로 했다.
이로써 제주도가 제출한 한국공항의 제주 지하수 월 취수량 3000t을 그 3배인 9000t으로 증산케 해 달라는 동의안은 일단 보류 된 셈이다.
환경도시위원회의 ‘한국공항’ 지하수 증산 동의안 보류 이유는 간단하다. 제주특별법상 지하수에 공수화(公水化) 개념이 도입됐고, 수자원 고갈 우려도 있어 도민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도의회는 오는 5~6월 쯤 도민 대 토론회 후 심의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제주경실련 등 시민단체는 이러한 의회 태도를 “시간 벌기 꼼수”라며 비판하고 있다. 한국공항 지하수 취수에 관한 한, 그동안 여러 채널을 통해 다양한 도민 여론이 잘 청취 돼 왔기 때문이다. 도의회가 이제야 새삼스럽게 대 토론회 운운하며 동의안을 보류하다니 그렇다면 도민의 대의기관이 지금까지 지하수 사유화를 반대하는 민심도 모르고 있었다는 말인가. 사실이 그렇다면 도의회의 존재 이유가 의문시 된다.
한 시민단체의 지난 2008년 도민 설문조사에서도 지하수에 대한 민심이 잘 나타나 있다. 무려 79.8%가 민간기업의 제주지하수 시판은 안 된다고 답했다. 이뿐이 아니다. 최근 제주대학교 한 교수팀의 조사 결과에서도 도민 56.8%가 사기업의 제주지하수 생산 판매를 반대하고 있다. 이 두 조사를 평균해 보면 무려 70%에 육박하는 68.3%나 되는 제주도민들이 민간기업의 상업용 지하수 채취를 반대고 있다.
어디 일반 도민들뿐인가. 입법전문가와 국회까지도 제주지하수의 사유화를 부당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제주특별법에 공수(公水) 개념을 도입한 것 아닌가. 도내 야당, 사회단체, 일반 도민 등 절대 다수가 한국공항의 취수량 증산을 반대하고 있는데 이제야 여론을 수렴하겠다니 정말 몰라서 그런 것인지, 경실련의 말처럼 꼼수를 두느라 그런 것인지 아리송하다.
도의회는 동의를 하든 부동의(不同意)를 하든 지하수 증산문제를 이번 임시회 회기 내에 소신대로 처리하는 것이 좋을 줄 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지하수 증산 동의안을 제출한 우근민 도정이나 우유부단한 도의회나 똑 같이 도민들로부터 불신을 당하게 될 것이다.
미로테마파크 ‘메이즈랜드’의 경우
(주)비엔지가 세계 최대-최장 미로(迷路)테마파크인 ‘메이즈랜드’를 개장했다고 한다.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 비자림 인근 4만9586㎡에 조성된 이 미로테마파크는 제주도의 상징인 돌-바람-여자의 삼다(三多)를 주제로 세 가지 미로를 마련해 놓았다. 즉 돌로 연출한 석축(石築)미로, 바람을 상징한 측백나무 미로, 제주여인을 상징한 해녀미로가 그것인데, 그 총 길이가 무려 5000여m에 이른다고 한다. 그리고 서양의 미로설화와 관련 유물들을 담은 미로박물관까지 갖추었다니 세계 최대-최장의 미로공원이란 말이 거저 나온 것 같지 않다.
그러나 우리가 여기에서 굳이 미로테마파크 ‘메이즈랜드’를 언급하는 것은 광활한 부지면적이나 투입된 거액의 사업자금, 미로(迷路)의 길이, 박물관의 전시물들 때문이 아니다. 그 빼어난 경관 때문도 아니다. 더구나 이 미로테마파크가 세계 최대-최장이라고 해서 언급하는 것은 더욱 아니다.
다만 우리가 관심을 갖는 것은 여기에서 일하는 종업원들과 사업주의 인력 채용 철학에 있을 뿐이다. 보도들에 따르면 ‘메이즈랜드’의 직원들은 거의가 지역 노인들과 장애인들이라고 한다. 이 시대의 대부분 기업들은 노인과 장애인 취업을 기피하고 있다. 심지어 법정 취업 수 까지 지키지 않은 게 오늘날의 기업들 현실이다. 심지어 사업 인허가를 받을 때 지역 주민 의무 고용자수까지 명문화 해 놓고도 외면해버리는 게 이 시대 기업주들의 행태다.
그러나 ‘메이즈랜드’의 경우 주로 지역 인사, 노인, 장애인들을 고용하고 있다니 업주의 인사 고용 철학을 높이 평가해도 좋을 듯하다. 이러한 고용문화가 다른 기업으로 이어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