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모형’ 논의에 대한 斷想
‘자치모형’ 논의에 대한 斷想
  • 한경훈
  • 승인 2011.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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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모형’ 논의에 대한 斷想


‘자치모형’ 논의에 대한 斷想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한 지 5년째를 맞고 있다. 그동안의 특별자치도 시행에 대한 도민들의 만족감은 어떨까. 불행히도 “이전보다 좋아졌다”는 의견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이제 외교·국방 등을 제외한 고도의 자치권을 바탕으로 제주도를 동북아의 중심도시로 만들겠다는 정부의 약속에 기대감을 갖는 도민은 거의 없다.
물론 특별자치도 시행 이후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나 일부 중앙권한 이양 및 제도개선은 이뤄졌다. 그러나 이것들은 도민 개개인의 입장에서는 피부에 와 닿는 사안이 아니다.
도민들은 특별자치도 시행으로 행정 서비스 수준 향상 등 구체적으로 삶의 질 개선이 있기를 바랐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는 반대로 나타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로 특별자치도 이후 주민편의를 증진시키는 내용의 눈에 띄는 시책 개발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 그럴까. 이는 대민밀착 행정을 담당해 온 기초단체의 폐지와 연관이 깊다.
시·군을 통합해 새로 탄생한 행정시가 기존의 역할을 못하고 있는 데다 도 역시 대민 서비스 시책 개발에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생활편의 시책개발 시들

주민편의를 증진하는 시책은 주민 접촉 빈도가 높은 공무원들이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지역주민들의 욕구를 반영하고 그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 주겠다는 의지를 가질 때 나오는 법이다.
제주시의 경우 기초단체 시절에는 ‘클린하우스제’, ‘차고지증명제’ 등 전국에 자랑할 만한 굵직굵직한 주민생활편의 시책을 다수 양산했었다. 그러나 행정시 체계로 바뀐 후에는 이런 능력이 시들해져 버렸다.
이의 가장 큰 원인은 행정시에 예산권이 없기 때문이다. 예산상의 뒷받침을 받지 못할 게 뻔한데 어느 공무원이 시책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는가.
이로 인해 더 큰 문제는 행정시 공무원들이 반복적·기계적 업무에 안주해 창조적 역량을 발휘할 기회를 가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행정시를 단순한 도 정책의 집행기관으로 머물게 해서는 대주민 행정 서비스의 향상은 기대할 수 없다. 이에 따라 행정시의 독자성을 강화할 수 있는 내용의 조치가 필요하다.  

무모한 정치적 실험 안돼

특별자치도에 대해 ‘특별한 것은 없고 기껏 시·군만 없앴다’는 냉소를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  
특별자치도 시행 후 얼마 되지도 않아 행정시 폐지론이 나온 이유도 그 때문이다. 우근민 도정은 이런 기류를 반영해 ‘제주형 기초자치모형’의 추진을 구상하고 있다. 자치모형의 대안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제주형’이란 이름을 붙인 것을 봐서는 기초자치단체의 부활은 아닌 것 같다. 행정시장은 직선제로 하고 기초의회는 두지 않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에 대해 “법인격도 없고 아무런 권한도 없는데 행정시장을 주민직선으로 뽑아서 무슨 의미가 있냐”는 반대론이 나오고 있다.
행정시장만을 직선으로 뽑겠다는 것은 일종의 절충으로 보인다. 현 행정계층 구조의 문제를 해소하려는 노력을 보임과 동시에 정치적 실현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성격이 짙다.
그러나 어정쩡한 절충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법인격도 예산권도 부여되지 않고 단순히 시장만을 직선으로 하는 행정시 체제로의 개편은 또 다른 혼란만 초래할 뿐이다. 
과감하게 기초단치단체 부활을 시도하지 않을 바에는 현 제도에 손을 대지 않은 것이 낫다고 본다. 불확실한 정치적 실험으로 도민 역량을 낭비하는 일이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다만 현 제도를 고수할 경우에도 한정된 범위 내에서나마 행정시에 예산 편성권을 주고, 업무 권한도 대폭 위임하는 도의 전향적인 조치는 반드시 있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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