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月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경칩시기에 난 지금 제주한라대학 응급구조과 학생으로서 내 일생일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소방서 현장 실습을 하고 있다. 나의 미래가 자리 잡을 수 있는 무엇보다 나의 전공을 120% 살려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뿌듯하고 보람찬 일인가를 피부로 매 번 일깨워주는 이 곳 화북119센터에서 나는 어느 덧 3주차 실습생이 되어있었다.
실습 첫 날이 생각난다. 빨리 소방서에 가서 구급출동과 화재출동 등 소방서에서 하는 일들을 경험해 보고 싶은 마음에 흥분되어 있었다. 아마도 내 꿈의 직장을 빨리 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소방서에 도착 했을 때 하나라도 더 야무지게 하고 더 배우자 생각했다. 그렇게 낯선 분위기를 조금 씩 벗어내고 있을 무렵, 출동신고가 들어왔다! 벨소리가 우리 집 어머니 잔소리 보다 더욱 소스라치게 들렸다.
“삐리릭 삐리릭 화북센터 구급 출동 구급 출동!” 드디어 첫 출동이었다.
현장에 도착해보니 환자는 60대 중반의 간경화를 앓고 계신 할머니로 고열과 오심, 구토가 매우 심하였고 탈수 증세가 있는 환자였다. 어느 때 보다 빠른 응급처치와 긴급한 환자이송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원은 침착하고 능숙하게 환자의 병력을 청취하면서 응급처치를 시행한 후 구급차에 환자를 태우고 병원으로 출발하였다 이송도중에 환자는 안정을 찾으셨고 도중에 구급대원이 저에게 환자의 생체 활력징후를 체크해 보라고 하셨다.
출동 전 생체활력 징후를 할 줄 아냐고 하시기에 자신 있다고 했는데 막상 긴박하게 달리는 차 안에서 하려고 하니 매우 막막하고 손에 잡히질 않았다. 결국 맥박도 정확히 체크하지 못하고 구급대원이 직접 생체 징후를 체크하고 추가적인 처치를 시행하였다. 그 긴박한 상황 속에서 생체활력 징후와 반좌위 자세를 유지시켜 응급처치를 하며 환자를 진정시키는 여유까지 있었다. 절대 당황하지 않고 처치를 하는 저 모습 저 위엄을 보면서 과연 내가 언제면 저렇게 능숙하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2년을 학교에서 배우고 병원 실습도 해 본 나였다. 내 자신이 좀 배웠다고 해서 지금까지 교만에 빠져있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구급대원의 벽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그 순간 구급대원이 웃으면서 처음엔 다 그런 거다, 배우는 신분으로 왔으니 많이 배우고 가면 된다며 격려를 해 주셨다. 경험의 필요성과 그 동안 나태했던 내 자신, 그리고 무엇보다 지식의 필요성을 느끼게 해 준 첫 출동이었다. 마음을 꽉 잡아야만 했다.
그 후에 여러 사건들이 있었다. 손가락이 재단기에 절단된 환자, 양수가 터진 임산부 환자, 어깨빗장뼈가 골절된 환자, 의식이 소실된 환자 등등 여러 환자 케이스를 접하고 열심히 그 케이스에 대해서 실습일지에 적고 공부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비록 3주 째 지만 확실히 성장했다는 걸 느꼈다.
이번 실습은 나에게 ‘응급구조사’의 의미를 한 번 더 깨닫고 사회생활도 경험할 수 있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 이 소중한 기회를 발판으로 더욱더 많은 배움으로 멋진 응급구조사가 될 것을 다짐하며 마지막으로 항상 도민들 곁에서 묵묵하게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소방관들에게 감사함을 느끼면서 소방관들이 노력 속에 안전한 제주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져본다.
제주한라대학 응급구조과 이 형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