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事多思] 고향의 봄
[一事多思] 고향의 봄
  • 송순강
  • 승인 2011.0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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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에 무궁화는 우리나라 꽃, 짚신은 우리나라 신발, 막걸리는 우리나라 술이었습니다.
막걸리 한잔 앞에 놓고 슬플 때나 기쁠 때나 국민이 가장 좋아 했던 민요가 있습니다. 아리랑과 동요인 고향의 봄입니다. 이중에 각기 다른 아리랑을 보면 낭주골 처녀 월출산 신령님께 소원을 빌었네, 천왕봉을 보며 사랑했네, 진도 아리랑의 한 구절입니다. 동지섣달 꽃 본 듯이 날좀 보소 정든 손님 오셨네. 이 가락은 밀양 아리랑입니다.
아리랑 중에 한과 설움에 맺힌 아리랑도 있습니다. 태산준령 헝클어진 가시덩굴 해치고 시냇물 굽이치는 골짜기…강원도 정선 아리랑입니다. 오죽 했으면 일본인들이 우리 성(性)은 바꾸어도 아리랑은 바꾸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아리랑에 버금가는 민족이 대표적인 동요도 있지요. 아리랑에 못지않게 각별한 뜻이 담긴 이원수 의 동시 고향의 봄입니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총 8연으로 된 동시는 1926년 방정환 선생님이 펴낸 어린이 잡지가 실시한 현상 공모에서 당선된 시입니다.
노래로 더 친숙한 이 노래는 한국인의 집단 무의식에 생긴 원체험이며 남과 북, 해외 동포 대부분이 외우고 있는 동시입니다. 나 역시 어린 시절 때나 골방 노인이 된 지금에도 고향의 봄을 흥얼거릴 때는 진한 향수에 젖어 목이 멥니다. 이 노래는 나만이 아닌 여러 사람들의 감성이 저 깊은 곳에 숨은 마음이 가야금이 서러움에 떨며 웁니다.
우리는 고향을 두 번 기억 합니다. 태어나기 전 과 태어난 후입니다. 처음 세상밖에 나오기 전까지 어머니 뱃속은 고향처럼 아늑합니다. 일 년이 넘지 않은 짧은 10개월, 어머니의  양분을 마시며 세상 밖으로 나옵니다. 나이가 점점 들면서 비로소 고향의 터에 정착 합니다. 해안가에서 자란 아이들은 소라, 게들과 한바탕 소동을 빗습니다.
흐르는 시냇물에 도랑치고 가재를 잡던 그곳은 지금 썩은 오염 물질이 흘러내리고 있지요. 산골짝 마다 곱게 핀 복숭아 살구꽃도 없습니다. 다람쥐, 아기다람쥐도 어디로 갔는지 마구 파헤치는 도로는 고향 길을 찾기 힘듭니다. 흙속에서 보리와 콩을 수확 했던 기름진 밭은 밀감 나무를 조성하면서 독한 살충제로 모든 미생물과 곤충이 죽어가고 있지요. 태를 묻던 고토(故土)이고 혈연과 친지 들이 공동체를 이루어 함께 살아왔던 그리운 고향이 이 모양이 되어버렸습니다.
어떤 사람은 고향을 떠나 타향의 괄시와 무서운 법과 정확한 계층과 차가운 논리가 지배되는 곳에서 숨을 쉬고 있습니다. 따라서 고향은 타향과는 다른 행복한 기억을 새록새록 갱신되는게 고향에 대한 기억입니다.
더 이상 파란들 남쪽에서 바람이 불어오지 않고 냇가에 수양버들 춤추는 동네의 지도를 찾을 수 없습니다. 고향은 나 홀로 이 머릿속에 그림으로 남습니다.
4월은 봄의 시작을 알리는 달입니다. 알싸한 공기 속에 황량하지만 초목들이 새 기운을 머금기 시작합니다. 모든 꽃에 앞서 피어나는 개나리가 그 우아한 색감과 향기로 봄을 느끼게 하고 있습니다. 이 봄에 찾아갈 고향이 없는 어린이들이 추억을 남기기 위해 숲길을 걸어 보세요.
물이고인 웅덩이에는 올챙이가 기분 좋게 헤엄을 치고 거무칙칙한 고목 등걸이에서 달팽이도 보입니다. 그리고 부모님들은 어린 시절 고향의 추억을 자녀들에게 말해 주세요. 옛날 어른들은 가난하게 살아 왔지만 이 강산에 꽃피는 아름다운 산하가 있었기에 모든 시련을 견디어 왔다고 말해주세요.
어린 시절 뒷동산 아지랑이 살구꽃 필 때 고향의 봄을 합창했던 그 소녀는 지금 어디서 나만큼 늙어가고 있을까? 고향의 봄이 그립습니다.


제주시 산림조합 이사   송   순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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