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르는 '숨은선행'
잇따르는 '숨은선행'
  • 제주타임스
  • 승인 2004.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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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밑이다. 어느새 갑신년의 끝자락에 서 있는 것이다. 이제 이 한해도 나흘밖에 남지 않았다.
세밑이면 생각나는 것이 있다. 불우한 이웃을 돕는 일이다. 평소 잊고 있다가도 세밑 무렵이면 피어나는 것이 이웃돕기다. 예로부터 우리 제주사람들은 가까운 이웃끼리 서로 돕는 인보정신이 투철한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근면하고 성실할 뿐 아니라 수눌음이라 하여 상부상조하는 미덕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 너나없이 경제난에 시달리면서 어려운 이웃에 대한 온정의 손길이 예년만 못하다는 게 사회복지부서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IMF 때보다 더하다는 경기침체로 실업자가 줄을 잇고 최저 생계비에도 못미치는 소득의 절대 빈곤층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심지어 60∼70년대에나 있음직한 굶어죽는 어린이까지 생겨나고 있으니 더 말이 필요없을 것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세밑 이웃돕기에 나서는 독지가들이 있어 차가운 겨울을 훈훈하게 데우고 있다고 한다.
300만원이란 적지 않은 돈을 자선냄비에 선뜻 놓고간 40대 시민을 비롯 동사무소를 찾아 장애인이나 기초생활 수급자 등에게 전달해달라고 쌀과 라면을 기탁하는 익명의 시민들이 줄을 이어 그나마 삭막한 세밑 사회분위기에 한 줄기 빛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선행이 더욱 빛을 발하는 것은 자신을 숨기고 이웃을 돕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성서에도 자선을 베풀 때에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 그 자선을 숨겨두라고 하지 않았는가.
이들 ‘숨은’ 독지가들이야 말로 온몸으로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이라 하겠다. 경제가 어렵지만 이럴 때일수록 나눔의 정신을 발휘하여 나 자신보다 어려운 이웃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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