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천년후에
[데스크칼럼] 천년후에
  • 김종현
  • 승인 2011.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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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근민 제주도지사는 지난 2월 서귀포시를 방문한 자리에서 서귀포의 천년 뒤를 내다보는 도시 개발을 하겠다고 말했다. “녹색이 살아 숨쉬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도시 디자인을 만들어 후손에게 물려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주도 중에서도 특히 서귀포시는 자연친화적인 도시로 키워나갈 것임을 강조했다. 그런데 지금 서귀포시는 갈수록 녹색이 사라지고 흰색 비닐하우스가 늘어나고 있다.
서귀포시의 자료에 따르면 2009년 12월 말 현재 비닐하우스 면적은 2471㏊이다. 아직은 서귀포 전체 면적(8만 7000㏊)의 일부분에 그쳐 심각하지 않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런데 서귀포 시민들이 많이 찾는 고근산에 올라 강정이나 법환쪽을 보면 옛날에 녹색이던 곳이 하얗게 변해 있음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갈수록 비닐하우스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서귀포시는 3년전부터 한해 100㏊씩 하우스를 늘려왔고 앞으로도 FTA 자금으로 하우스를 같은 규모로 계속 늘려나갈 계획이다. 노지 감귤농사를 짓던 농민들도 현재 앞다투어 비가림이나 한라봉 같은 시설작물 재배로 전환하고 있다.
물론 농업이 주요산업인 서귀포에서 농민들의 소득증대를 위해서는 비닐하우스 설치가 현재 당장 손에 잡히는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농민들이 먹고 살기 위해 설치하는 비닐하우스까지 막고 나설 수는 없다. 
다만 천년후의 서귀포를 내다본다는 도시계획이 이런 문제까지 고려하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단 한번만이라도 제대로 논의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싶어 이야기를 꺼낸다.
서귀포시의 농업이나 도시계획 관계자들도 비닐하우스가 급속하게 늘어날 경우 도시 전체의 경관이 아름답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2009년 10월 만들어진 제주도 경관 및 관리계획(경관계획)에 따르면 해안지구에 비닐하우스를 설치할 때는 그 일대 해안과 오름의 경관을 고려해 배치하도록 돼있고 과도한 규모는 지양하도록 규정돼 있다. 중산간 지구 내의 일정규모 이상의 비닐하우스는 경관심의까지 받도록 돼있다. 도시계획 관계자에 따르면 지금까지 비닐 하우스를 이유로 경관심의에 문제가 된 적은 없다고 한다. 당연히 문제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의 시대는 맑고 푸른 녹색의 자연이 최고의 자원이 되는 시대이다. 이 때문에 경관계획에 비닐하우스가 한라산이나 해안경관을 해치지 못하도록 명문화한 것이 아닌가.
천년이 아니라 10년 20년 뒤, 친환경 녹색의 땅 제주도 관광에 비닐하우스가 문제가 되지 않으리라고 누가 장담할 것인가. 비닐하우스를 굳이 세우지 않더라도 농민들의 소득을 올릴수 있는 방안을 당국이 고민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서구 일부 선진국에서는 비닐하우스가 환경 친화적이 아니라는 이유로 설치를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효율을 중요시하고 당장의 소득에 기댈 수밖에 없는 우리로서는 먼나라 예기 같지만 일본 원전사태를 보면 효율만 중요시하는 정책이 과연 최선인지 의문이 든다.
천년뒤를 내다보는 도시를 건설하자면 서귀포를 슬로시티같은 곳으로 만들 것인지, 아니면 슬로시티는 제쳐두고 개발도 하면서 도시화, 대규모 관광단지화를 시도하는 도시로 만들 것인지 방향을 먼저 잡아야 한다. 물론 슬로시티도 도시화될 수 있다. 문제는 슬로시티로 갈 경우 당장 돈이 된다고 이곳 저곳 개발하는 일, 빠른 효과를 얻기 위해 정신없이 달리는 일을 피해야 한다. 자연과 인간이 서로 의지하며 좀 불편해도 참고 사는 곳이 슬로시티다. 독일은 앞으로 원자력 발전소도 짓지 않고 전기를 아끼며 살기로 했다는 소식에 처음에는 어리둥절 했지만 어느 순간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았던가.
슬로시티로 가던, 비닐하우스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던, 도지사 한명이 결심한다고 될 일은 아니다. 도민 전체는 아니더라도 상당수의 주민들이 함께 제주도의 천년 뒤를 걱정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도지사는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주민들은 그 의미와 가치를 이해하고 따라 주어야 할 것이다. 세계 7대 경관 선정에 눈 딱 감고 올인하고 있으니 아마 1위로 뽑힐 지도 모르겠다. 스위스의 잘 알지도 못하던 단체가 이벤트로 내건 7대 경관에 당첨되기만 하면 대대손손 외국인들이 찾고 싶어 하는 서귀포가 저절로 되는 것인지 곰곰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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