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노인 범죄예방은 작은 관심에서 부터
[기고] 노인 범죄예방은 작은 관심에서 부터
  • 박종남
  • 승인 2011.03.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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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인 범죄예방은 작은 관심에서 부터


노인을 상대로 한 범죄가 다양화, 전문화 되고 있다. 몇 해 전부터 성행 하고 있는 ‘보이스 피싱’의 최대 피해자들도 대부분 홀로 사는 외로운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보이스 피싱’이 점점 감소추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형태로 노인들에게서 폭리를 취하는 홍보관(일명 약 장시) 이 등장했다.

최근 들어 ‘홍보관’이란 문구를 내걸고 불법 영업을 하는 영업장이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이 불법 영업의 피해대상도 대부분 나이가 많은 노인들이라는 점 때문에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 ‘홍보관’이라는 곳은 과연 어떠한 곳이며 어떠한 형태로 영업을 하고 또 어떤 피해를 낳고 있는가?

‘홍보관’이라는 상호를 내걸고 특정 제품을 홍보하여 판매를 하는 형태로 영업을 하고 있다. 모든 홍보관이 그렇지는 않지만 꽤 많은 홍보관들이 건강기능식품, 보조식품, 안마기기, 의료약품 등 건강에 관련된 물품들을 주 아이템으로 판매를 한다. 얼핏 보면 홍보관이라는 곳이 꽤 건전한 물품으로 영업을 하는 의료계열 회사로까지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홍보관’이라는 영업장 건물 자체가 수년 전부터 사용되지 않는 건물인 경우가 대다수를 차지한다.

게다가 홍보관 영업자들은 이러한 건강관련 물품에 관심은 많은 연령층인 60대 이상의 노인들을 상대로 각종 상술을 물불 가리지 않고 동원하여 물품의 실제가격을 훨씬 웃도는 가격으로 판매해 많은 폭리를 취하기도 한다.

물론 모든 홍보관이 폭리를 목적으로 영업을 한다는 것은 아니다. 건전한 목적으로 정당하게 영업을 하는 홍보관도 많이 있다. 그렇지만, 통계를 봤을 때 과반수의 홍보관들이 영업을 하거나 부당하게 이득을 챙기는 형태로 영업을 하기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홍보관 영업자들은 주변 노인들에게 이불, 화장지, 식기 등 생활용품들을 나누어 주는 수법으로 다가가서 언제 제품 홍보를 위해 행사를 여는데 그때 영업장을 방문하면 더 큰 선물을 준다’는 말로 유혹을 한다. 특히, 이들의 이러한 수법은 홀로 살아가는 독거노인들에겐 굉장히 매력적으로 들린다.
이러한 달콤한 말로 일단 노인들을 끌어 모은 후 일단 몇 번의 이벤트성 행사 및 레크리에이션을 통해 노인들의 환심을 산다. 평소에 갈 곳 없고 말벗 없는 노인들은 차츰 이 홍보관에 빠져들게 되고 결국엔 날마다 아침부터 출근 도장을 찍는다.

홍보관 영업자들은 이때 쯤 해서 이 노인들을 대상으로 홍삼등 여러 가지 물건을 판매하면서 원가보다 고가에 판매하므로 인하여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노인들에게서 폭리를 취하기도 한다.

최근 피해가 규모가 급증함에 따라 노인들을 상대로 이와 같은 ‘홍보관’사기 피해를 방지 하고자 노력을 기울이곤 있으나, 이와 같은 조치는 임시방편일 뿐이다. ‘홍보관’사기 뿐만이 아니라 넓게 보면 노인들을 상대로 한 범죄의 근본적인 원인은 노인을 위한 복지시설 불충분과 무엇보다도 주위의 관심 부족이다.

‘홍보관’영업형태에서도 알 수 있듯이 홀로 사는 독거노인들은 그들만을 위한 공간이 없기 때문에 홍보관을 찾아가 말벗도 사귀고 레크리에이션을 즐겼던 것이다. 만약 우리 주위에 독거노인들을 위한 공간이 충분했었더라면 노인들이 굳이 홍보관의 상술 짙은 레크리에이션을 찾아가지도 않았을 것이다.

앞으로 고령화 인구가 많아질 것이기에 실버산업이 떠오르는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기는 하나, 아직은 노인을 위한 공간이 수요보다 불충분하다는 현실의 안타까움이 있다. 시설의 불충분만이 문제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자식세대들의 관심이다.

평소에 이웃 독거노인들을 찾아 안부라도 물어보는 사람은 거의 찾아 볼 수가 없는 게 요즘 현실이다. 특히 사람이 많은 도시일수록 이러한 현상이 심하다. 노인이 방안에서 숨진 채 몇 개월 만에 발견이 되었다’라는 일이 더 이상 흔한 일이 아닌 세상이 되어버렸다.
 
 TV에서 컴퓨터, 또 스마트 폰으로... 지금 세상은 과학과 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점점 더 편리한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그렇지만 이 급변화의 물살이 너무 세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많은 노인들은 점점 더 소외되고 지쳐가고만 있다. 홍보관 사기 피해 사례로 인해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소외된 노인들에게 관심이 부족 했나 되돌아보고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 부모님 세대가 그러했듯 우리도 언젠가 더욱더 변해갈 미래에 뒤쳐지고 소외된 한사람이 될지 모른다. 지금 노인들에게 가장 중요한건 작은 관심이다. 바로 지금 내 주변 어른에게 건넨 어색한 ‘안녕하세요? 잘 지내시죠?’이 인사 한마디가 그들에게 하여금 관심으로 비쳐지고 더 나아가 노인 대상 범죄를 예방하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이렇게 주변을 되돌아보는 작은 관심이 모였을 때 우리 사회는 조금 더 살기 좋은 세상에 다가서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서귀포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박 종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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