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으로 알려진 장동훈 도의원의 “제주도가 미신 공화국이냐. '굿' 하지 말라” 는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3월 14일 제주평화재단으로부터 ‘제주 4·3위령제’ 준비상황을 보고받는 자리에서다. 그는 “3.1절 기미 독립선언문을 낭독한 33명 중에 기독교인이 몇 명인 줄이나 아나. 기독교인이 17명이었다”고도 덧붙였다.
그렇지만 불교와 기독교의 무한한 대화를 이끌고, 초혼굿까지 예배에 도입하는 분이 있다. 불교에서 선사(禪師)라는 칭호를 듣고 있는 정현경 미국유니온신학대 교수가 바로 그 분이다. 그는 기독교장로회 목사안수과정의 길을 포기했다. ‘예수만을’이라는 고백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수도’라는 깨달음이 정 교수의 길을 달리 이끈 것이다.
어느 강연에서 정 교수는 불교와 기독교를 한약과 양약에 비유하면서 종교의 다양성과 장단점을 조화롭게 설명하였다.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신부를 통해 불교의 명상을 배웠다. 또한 WCC(세계교회협의회) 주제 강연 ‘오소서, 성령이여 만물을 새롭게 하소서’의 원고 첫 장에서 초혼의식을 도입하였다. 이 일로 그는 ‘무당신앙’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렇지만 정현경 교수의 신학은 우리의 주목을 충분히 받을 만하다. 그의 강연 서론에 해당하는 ‘초혼제’에서 ‘거룩한 땅’은 한국의 대지, 좀 더 확대한다면 대지와 바다와 하늘이 모두 거룩한 곳, 성소인 것이다. 그의 사상은 무속종교의 자연관을 깊이 수용한 사상이다. 초혼제는 장례와 무속의례에서 반드시 거행되는 행사 가운데 하나이다. 무당에 의해서 거행되는데, 이것이 굿이다. 무당이 춤을 추어 신과 인간이 하나로 유합하는 종교현상이다.
어디 그 뿐인가? 서울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가 10여 년 전 "기독교만이 인류를 구원할 수 있다는 교리를 부인했다"며 '출교(黜敎)'를 주도했던 한 양심적 신학자의 복권에는 긴 세월이 걸렸다. 당시 '출교'를 당했던 변선환 감신대 교수는 "기독교만이 유일한 구원이라는 교리는 신학적인 천동설에 지나지 않는다"는 종교다원주의를 주장했다. 80년대에 "교회밖에도 구원이 있다"는 변선환 교수의 '선언'은 당시 신학자들을 보수와 진보 혹은 근본주의와 자유주의로 갈라 세운 신학적 분수령이 되었다.
기독교는 더 이상 정복자의 종교가 아니며 전체 인류의 구원을 위해 종교간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 종교적 다원주의는 세계적 추세이다. 타종교를 무조건적으로 악마의 소산이라고 생각하는 개종 중심의 선교 신학은 제국주의적인 발상이 분명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장동훈 의원의 ‘굿하지 말라’ 발언은 우리를 당혹케 하는 발언임이 분명하지 않을까? 정현경 교수가 보여주는 기독교의 전통적인 틀을 파괴하고 한국 무속신앙의 존재양태를 빌어 기독교와 한국문화를 혼합, 절충하겠다는 사실이 새롭기만 하다.
그리고 장동훈 의원이 독립선언문을 낭독한 기독교인이 몇 명인 줄이나 아는가, 라는 발언에도 의문점을 던질 수밖에 없다. 독립선언서에 서명한 33명 가운데 천도교, 기독교, 불교에서 각 15명, 16명, 2명씩이다. 정춘수 목사와 박희도 전도사, 상해 임시정부 임시의정원 부의장 등을 지냈던 정인과 목사 등이 포함된다. 그런데 그 둘 중 대부분이 친일행위로 돌아섰다. 그리고 대표적인 기독교인 김활란은 전국곳곳으로 징병유세를 다녔고, 교회를 유지하려면 일제에 협력 안할 수 없었고, 교세만큼 부일협력을 했다고 고백했다. 일부 개신교 지도자들이 친일행위를 하게 된 원인에 대해서는 "근본 원인은 양심과 신앙심 결핍"이며 "일제의 강압정책과 자신의 기득권 유지 욕망, 개인의 위기의식과 나약성, 역사의식과 민족의식 결핍이 결합된 것"이라는 결론에 장동훈 의원은 도민들에게 대답해야 할 것이다.
기독교의 전통적 교리의 틀을 파괴하고 한국 무속신앙의 존재양태를 빌어 기독교와 한국문화를 혼합, 절충하겠다는 생각에 귀를 기울이자. 한국적 신학을 무속 사상에서 형성하겠다는 소신의 변화가 그렇게 비판받아야 할 일인가?
소설가 김 관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