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여년만에 고향품에 잠들어...유족들, 통한의 세월
“억울하게 희생돼 구천을 헤매던 4.3영령들이여, 이제 고이 영면하소서”
제주4.3희생자유족회는 지난 26일 오전 제주4.3평화공원 봉안관에서 제주4.3 행방불명인 발굴 유해 영령 봉안제 및 봉안식을 거행했다.
이날 장례를 치른 유해는 지난 2006년 제주시 화북지역에서 발굴된 유해를 비롯해 2007년 제주공항 서북쪽, 2008년 제주공항 동북쪽, 2010년 서귀포시 남원읍 태흥리에서 발굴된 369구다.
봉안식에는 우근민 제주지사, 문대림 도의회 의장, 양성언 도교육감, 강창일 국회의원, 홍성수 4.3희생자유족회장, 장정언 4.3평화재단 이사장, 4.3유족, 도민 등이 참석했다.
봉안식은 국민의례를 시작으로 종교의식, 경과보고, 추도사, 조사, 헌화분향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홍성수 4.3희생자유족회장은 추도사를 통해 “억울하게 희생된 4.3영령들을 봉안당에 모시면서 비통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며 “이승의 한을 풀고 이제 영원한 안식을 누리길 빈다”고 4.3영령들의 넋을 위로했다.
우 지사는 조사에서 “60여년 동안 구천을 헤매던 4.3영령들이 그동안 역사의 진실을 하염없이 기다리다 이제야 비로소 이 곳 양지바른 평화공원에 잠들게 됐다”며 “통한의 세월을 살아오신 유족 여러분께도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장정언 4.3평화재단 이사장은 “유해발굴을 통해 그동안 소문으로만 떠돌면 집단희생과 암매장에 대한 진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다시는 이 땅에서 이 같은 비극의 역사가 되풀이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봉안관에 안치된 유해 369구 가운데 신원이 확인된 유해 71구. 신원이 확인된 유해에는 1949년 군법회의에서 사형선고를 받아 집행된 희생자 48명이 포함돼 있다.
또 한국전행 직후 예비검속으로 연행돼 집단학살을 당한 삼면(서귀.중문.남원면) 지역과 백조일손 및 만벵디(한림읍 상명리) 영령 21명, 화북지역 일반 행방불명자 2명 등이다.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유해는 유전자 감식이 가능하도록 확인번호를 붙여 봉안관에 안치됐다.
유해 발굴 당시 처참했던 못브은 봉안관 벽에 대형 사진 등으로 재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