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도 길고 추웠던 겨울이 그냥 떠나기는 아쉬운 듯 꽃샘추위를 마지막으로 이별을 준비하는 듯 한데 간간히 비춰지는 따사로운 햇살이 좋아 커피한잔을 들고 청사 밖 나무 벤치에 앉으면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이 생각이 난다.
어릴 때 집에서 제사라도 지내는 날이면 어른들은 정성스레 떡을 만들고 친척들과 동네 어른들에게 떡을 나눠 주셨다.
그러나 지금은 그 떡을 나르던 아이는 40대 직장인이 되고 내가 드린 떡을 정겹게 받으시던 시골 어른들은 대부분 돌아가신 탓에 세상이 많이 변해버린 것을 인정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요새는 그 정겹던 고향 제주가 무분별한 각종 고소 고발로 너무 삭막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아쉬울 때가 많다.
최근 우리경찰서에 옆 차 운전자가 욕설을 한번 하였다고 고소하는 사람, 자기 아들에게 욕설 문자를 보냈다고 반 친구를 고소하는 사람, 택시비 5천원을 못 받았다고 고소하는 사람 등 그 외에 일일이 나열하기도 어려운 이유 때문에 너무나 쉽게 이웃을 고소하는 것 같아 변해버린 제주 인심을 느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국민이 이웃 일본에 비해 고소 고발 비율이 50여배 높다. 또한 이에 대한 기소율은 20%에 못 미치는 것이 현실이다.
한정된 조사 인원으로 정말 수사력을 집중해야 할 사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도민들께서 알아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분노한 마음을 잠시 다스리면 내가 고소한 그들이 이웃들이고 다시 얼굴을 마주할 사람이기에 꼭 법의 잣대를 우선하지 않아도 될 것인데 쉽게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는 그런 각박한 모습에 변해버린 제주의 모습을 느끼게 되어 아쉬움을 느끼곤 한다.
명심보감(明心寶鑑)에 忍一時之忿, 免百日之憂 라는 글귀가 있다.
한순간의 분함을 참으면, 백일동안의 근심을 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아무리 겨울이 추워도 어김없이 따사로운 봄이 찾아오는 것처럼 처음에는 오래갈 것 같은 그 분노하고 섭섭한 마음이 시간이 지나 한번 쯤 뒤돌아보면 그 마음이 서서히 녹아 그때 너무 경솔하게 행동한 것은 아닐까 하는 후회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제주서부경찰서 외사계 고용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