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우한 이웃에게 전달해 주십시오”
익명의 시민 3명 쌀 라면 등 기탁
갑신년이 저물어 간다.
그러나 올 갑신년 세모는 그 어느 때보다 우리 사회를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온통 잿빈 뿐인 삶의 지겨운 나날들이 우리 사회 구석구석을 모두 채우면서 세밑 서민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그러나 유난히 긴 불황의 그늘로 점철되고 세모가 고단한 가운데에도 나눔의 행렬은 어김없이 이어지고 있다.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세밑 불우이웃 돕기에 참여하는 손길이 잇따르고 있다.
300만원이라는 적지 않는 돈 봉투를 자선냄비에 선뜻 놓고 간 한 40대 시민을 비롯...
“장애인 입장에서 장애인의 어려운 입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비록 작은 정성이지만 불우한 이웃 장애인을 위해 써 주셨으면 합니다“
최근 제주시 연동사무소에 이 같은 내용의 편지와 함께 쌀 8포대가 택배로 전달됐다.
이를 접한 연동사무소는 택배회사를 통해 당사자를 찾아 고마운 마음을 전하려다가 쌀을 보낸 시민의 입장을 존중, 신원확인을 그만뒀다.
일도 2동에 거주하는 한 독지가 역시 최근 일도 2동사무소에 쌀 100포대를 전달했다.
1992년부터 해마다 빠짐없이 추석이나 연말 또는 설 때 관내에 거주하는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전달해 달라면서 쌀을 보내는 이 익명이 독지가는 삭막한 올 연말에도 또 동사무소에 500만원 상당의 쌀 20kg들이 100포대를 보낸 것이다.
이와 함께 제주시 용담2동에 살고 있다고 자신을 밝힌 한 독지가는 최근 용담2동 사무소를 찾았다.
이 독지가는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말아 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한 뒤 불우이웃 40가구에 보내달라면서 라면 30상자(50만원 상당어치)를 동사무소에 전달했다.
이들처럼 욕심을 버리고 선행을 실천하는 훈훈한 인정들이 연말 메마른 사회분위기를 따뜻하게 만들고 있다.
그늘지고 소외된 이웃을 위한 ‘조건 없는 선행’들이 세밑 삭막한 사회분위기에 한 줄기 빛으로 다가오고 있다.
제주시 사회복지부서 관계자는 “실제 익명으로 사회단체 등에 위문품을 기부하는 독지가들은 이들 외에도 많다”면서 “그러나 올해의 경우 너나없이 경제난에 시달리면서 사회복지시설을 위문하는 온정의 손길이 예년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정흥남 기자 designtimesp=273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