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일본 지진과 국격(國格)
[기고] 일본 지진과 국격(國格)
  • 김종현
  • 승인 2011.03.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본에서 대지진이 발생한지 일주일이 다 되어 가지만 약탈이 한건도 없다는 소식이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물을 받기 위해 운동장에 차분하고 침착하게 긴 나선형 줄을 선 모습은 낯설기만 하다. 이처럼 자기 하나도 당장 먹고 살기가 힘든 상황에서 질서를 지키는 모습은 우리가 배워야 할 자세다. 어떤 이는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서로 먼저 물을 받으려고 새치기를 하거나 몇 시간씩 기다리는 일을 참지 못해 난리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이 이처럼 차분할 수 있는 것은 태어나서 죽을 때 까지 수없이 반복되는 지진에 대비한 교육이 철저히 잘 돼 있는데다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아야 한다는 일본 특유의 ‘메이와꾸(迷惑,めいわく:폐)’문화가 몸에 배어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내가 좀 더 가져가면 다른 사람이 그만큼 불편을 겪을 테니 서로가 공평하게 적절한 양을 나누자는, 어쩌면 당연하고 합리적인 사고이다. 심지어 어떤 임시 대피소에서는 50명의 사람들이 우동 10그릇을 서로 양보했다고 하고 며칠 만에 구조된 사람이 “폐를 끼쳐 죄송하다”고 했다는 보도를 접하면 메이와꾸 정신이 놀랍기만 하다.
과연 우리는 일본을 따라 갈 수 없을까. 우리나라도 세계 10위권을 오르내리는 경제 대국이며 과거 50년 전 국제 구호물품에 의존해서 살아가던 나라가 아니다. 일본 대사관 앞에서 일본정부의 사과를 요구하며 수요 집회를 해오던 위안부 할머니들도 일본 지진사태에 애도를 표시했으며 네티즌들도 일본인들이 하루 속히 어려움을 극복하고 평상으로 돌아 올 것을 기원하고 있다. 주변의 많은 이들이 이웃나라 사람들의 인명희생에 안타까움을 표시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의 의식수준이 일부에서 걱정하는 것처럼 일본보다 못한 수준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G20 회의를 주재한 한국의 국격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이미 높아져 있다. IMF 위기 때 전 국민이 금 모으기에 나서 세계를 놀라게 한 대한민국이다.
경제수준 세계 2위의 일본과 아직 격차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도 얘기치 못한 불행한 사태 앞에서는 일본 못지않게 질서와 품격을 지킬 수 있는 국민임을 잊지 말자. 

서귀포경찰서 정보보안과 순경 김종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