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연의에는 중국 역사상 최고의 전투라 할 수 있는 ‘적벽대전’이 나온다.
결과론상 조조는 이 전투에서 패주하지만 그 뒤에는 제갈공명의 신통한 능력이 숨어있다.
제갈공명은 숫적으로 우세한 조조군을 물리칠 수 있다며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 이유는 바람의 방향을 바꿔 화공으로 적들을 제압하기 위해서였다. 공명의 간절한 기도가 통했던지 바람은 방향을 바꿨고, 이 바람과 화공을 이용해 조조군을 섬멸한다.
적벽대전은 이렇게 바람이란 한가지의 요소 때문에 승패가 결정난 싸움이었다. 그렇다면 공명이 정말로 기도 하나로 바람의 방향을 바꾼 것인가. 신이 아닌 이상 그것은 불가능하다.
삼국지연의가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소설이라지만 공명의 이런 활약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
그럼 공명의 이런 신기에 숨겨져 있는 진실은 무엇인가.
유추해보건대 그건 바로 공명의 날씨에 대한 연구라 말할 수 있다. 공명은 그 지방에서 10년 동안이나 바람의 방향을 연구했고, 1년 365일 바람의 부는 방향을 알고 있었다. 현대 용어로 말하자면 기상학을 독학한 것이다.
이런 지식 때문에 공명은 적벽대전이 있기 몇일 전부터 바람의 방향이 바뀐다는 사실을 알았고, 이를 기도라는 형식을 빌어 마치 도술을 부리는 것처럼 일종의 연기를 한 것이다.
이처럼 현대문명이 발전하기 전에는 날씨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었다. 삼한사온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현대의 날씨는 예측 자체가 불가능하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알 수 없다. 문명의 이기가 가져다준 불행이다.
인간 문명이 만들어낸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태풍과 집중호우 같은 날씨의 변화는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지만 지진과 쓰나미 같은 대형 자연재해는 아직도 인간의 능력 밖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요소다.
그러기에 인간에게 있어 가장 위험한 경계대상인 것이다.
11일 오후 2시45분께 일본 동북부 지역에 규모 9.0의 강진이 발생했다. 이 지진으로 지금 일본은 완전히 공황상태다.
지진대비라면 세계 최고라 자부하던 일본이지만 이번 강진 앞에서는 손을 쓸 수가 없었다.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장면이 TV화면을 통해 흘러 나왔다. 쓰나미의 영향으로 내륙을 범람한 바닷물이 농경지와 가옥들을 덮치는 영화같은 장면 앞에서 그저 넋을 놓고 TV화면 만을 바라볼 뿐이었다.
마치 장남감처럼 바닷물에 휩쓸리는 자동차들, 성난 거인이 내동댕이 친 것 같은 도로 위에 쓰러진 선박들, 인간의 문명이 일순간 잿더미가 되버렸다.
일본 역사상 최악의 지진. 인명피해만도 수만명이 달할 거라는 보도와 천문학적 피해액 앞에서 인간은 그저 나약한 존재일 뿐이다.
이 지진이 동해 쪽에서 발생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생각만 해도 끔직하다.
이번 일본 대지진은 해상에서 발생했다. 강력한 쓰나미가 동반됐다. 이 두 거대한 괴물은 일본 열도를 강타했다. 철저한 준비를 해온 일본도 이 거대한 괴물과 싸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나마 일본이었기에 그나마 피해가 적었다.
만일 한국이었다면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지진에 대한 공포심이 적기 때문이다.
해마다 작은 규모의 지진이 한반도에서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사람이 인지할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큰 지진은 없었다.
그러기에 지진에 대한 무서움이 없다. 무섭다고 생각하지 않기에 그에 대한 방비가 허술하다. 적은 그 허술한 틈을 비집고 들어올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반도가 결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언제든지 규모 5-6정도의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만일 규모 6정도의 지진이 한반도 내륙이나 서해 앞바다에서 발생한다면 그 피해는 어느 정도일까. 생각하기 싫다.
일본 대지진을 보면서 우리도 이제는 지진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건물 내진설계 의무화와 쓰나마 조기경보 시스템 구축 등은 반드시 갖춰져야 할 기본사항들이다.
돈이 많이 든다는 말도 이해가 가는 부분이지만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세계 최강 지진대비국 일본이 저 정도라면 한국은 말해서 무엇하겠는가.
철저한 대비와 훈련만이 지진피해로부터 우리 자신을 지키는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