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익한 논쟁 ‘케이블카’
무익한 논쟁 ‘케이블카’
  • 강정만 편집국장
  • 승인 2004.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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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에 케이블카가 불가하다”는 방침은 우리나라 정부가 내린 결론이다. 환경부가 ‘녹지 자연도 8등급 이상의 아고산 지대에는 케이블카를 설치할 수 없다’ ‘관광용 케이블카는 산의 주봉을 향할 수 없다’는 등의 ‘자연공원내 삭도 설치 검토 및 운영 지침’을 발표 한 후 한라산 케이블카 설치를 걱정하던 도민들은 한 시름 놓는 것 같았다.

도가 “일부러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지침에 의해 하지 못하게 된 사실”에 올해 초 여름 들어선 새 도정이 행여 “한라산에 케이블카를 놓겠다면 어쩌랴” 염려하던 도민들은 이젠 이 논쟁은 일단락 된 것으로 무릎을 쳤다. 현 도정도 이젠 어쩔 수 없이 포기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우리가 겪는 세상사에서 뒤통수를 맞는 일은 “이젠 잘 됐다”고 안도한 직후인 것을 우리는 이번의 한라산 케이블카 논쟁에서 다시 경험한다. 도가 무슨 말 못 할 속사정이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전임도정도 하다가 버거워 “정부의 처분을 바랍니다”고 환경부에 밀어버린 것을 가지고 다시 살려보겠다는 도의 발상은 뒤통수를 쇠망치로 얻어맞는 기분을 떨 굴 수 없다. 

뒤통수를 쇠망치로 얻어맞은 느낌

현재의 도정이 전임 도정도 폐기처분하려한 한라산 케이블카 설치를 “오름과 오름 사이라도 설치하겠다”고 덤벼드는 데는 관광활성화라는 대의명분을 갖추고 있다. 침체된 제주관광을 오름과 오름사이의 케이블카 설치로 활성화 하고  결국은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다는 명분은 하나 흠잡을 데가 없다. 또한 이를 반대할 다른 명분도 없다.

그러나 제주도의 천혜의 자원으로 길이 보존돼야할 오름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려 하는 것이나, 영실과 윗세 오름 구간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려 했던 것이나 뭐가 다른지 구별 할 수 없다. 그것의 보존가치로 보거나, 절경으로 보거나 한라산의 비경과 비교할 수는 없되 그렇다고 뒤떨어진다고도 볼 수 없다. 한라산은 한라산대로의 신비와 절경의 감상의 기회를 제공하지만, 오름은 오름 나름대로의 도민과 관광객에게 주변의 관상과 트래킹의 기쁨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오름에 케이블카를 놓으면 그 시설물로 인해 주변 경관이 망가진다는 기술적 손실에 대해서는 전문가의 것으로 돌리자. 아직 이에 대한 용역 연구가 없기 때문 차후 논의함이 마땅하다. 그러나 이 조그만 섬에 중산간은 골프장으로, 오름은 케이블카로, 바닷가는 호텔로 가득 들어서버린다면 과연 우리가 ‘천혜’라고 강조해 마지않는 제주의 자연을 어떻게 보호 할 것인가?

도대체 이 섬의 정책입안자나 사회지도층들이 자연의 보호와 파괴가 장차 생태적으로 이 섬에 사는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조금이라도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 조차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이 내세우는 개발정책들이 “있을 때 마음껏 쓰고 보자”는 식의 ‘소비만능주의’에 빠져 있지는 않은지 걱정이 들 정도다.

왜 케이블카는 대담하게 덤벼드나

한라산 케이블카 논쟁이 다시 오름 케이블카 논쟁으로 빠져 드는 데는 도 당국의 성급함이 한몫하고 있다. 어떤 것은 대단히 몸을 사리고 신중함을 보이는 도 당국이 이런 도민 논란의 불씨가 어디로 번지고 타오를지 모르는 한라산과 오름 케이블카 설치에 대해서는 눈치보지 않고 과감하게 덤벼드는 그 태도에 난해한 구석이 없지 않다. 아무리 뜯어봐도 한편에서는 만용처럼, 한편으로는 어리석기만 해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닐 성 싶다.

오름 케이블카 설치 방침은 새해 제주도정의 특별자치도 등의 몇몇 현안과 함께 첨예한 논란거리로 대두될 전망이다. 이 논란은 지금까지 한라산 케이블카 설치를 줄곧 주장해오다 환경부의 ‘한라산 케이블카 설치 불갗 지침으로 잔뜩 움츠리고 있던 도내 일부 계층의 인사들에게는 다시 호재로 등장할 것이다.

이들은 도의 오름 케이블카 설치 방침을 환호하면서 반길 것이 분명하지만 그 반대쪽에는 이를 지켜보며 이들과 전혀 다른 길을 걷게 될 또 다른 다수의 계층들이 있고, 그래서 이론인한 도민 갈등이 다시 재연할 수 있다는 사실을 도 당국은 다시 한번 깨달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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