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어를 일상생활언어로
유네스코 ‘아주 심각한 소멸 위기’ 분류 후 보전대책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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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 지역 또는 지방의 언어로 설명되는 이른바 ‘방언(方言)’은 단지 변방의 말로 밀어내 버릴 수는 없다. 그 속에는 보석처럼 빛나는 사회문화적 가치가 켜켜이 쟁여있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전통문화의 숨결이 녹아 흐른다. 면면이 이어져 내려오는 삶의 향기가 촘촘하게 배어 있다.
제주어도 마찬가지다. 여기에는 제주와 제주인의 정체성이 꼿꼿하게 살아 숨수고 있다. 예부터 이어져 오는 속 깊은 문화와 제주사람들의 희로애락이 반죽처럼 개어있다. 제주어는 이처럼 문화적 향기와 상상력을 뽑아내고 제주의 생명력을 끈질기게 이어가는 최고의 문화유산인 것이다.
객관적으로도 제주어는 국내 어느 지역의 언어보다 희귀한 존재로 인정되고 있다. 국어학 사상 가장 귀중한 학술자료라는 평가가 나온 지는 이미 오래다. 제주어를 일컬어 ‘언어의 보물창고’니 ‘우리나라 중세 언어 연구의 보석세트’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 이처럼 귀중한 제주의 문화유산이자 소중한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는 제주어가 위기에 처해 있다. 얼마 없으면 지구상에서 사라질 수도 있는 언어로 분류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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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는 올 초 제주어를 소멸위기 언어로 분류해 등록했다. 유네스코의 언어소멸 5단계 중 소멸직전 단계인 ‘아주 심각하게 위기에 처한 언로’로 분류한 것이다.
1단계 ‘취약한 언어’, 2단계 ‘위기에 처한 언어’, 3단계 ‘심각하게 위기에 처한 언어’, 4단계 ‘아주심각하게 위기에 처한 언어’, 5단계 ‘소멸한 언어’ 중 4단계 위기 수준으로 평가한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제주어가 이처럼 심각하게 소멸위기로 빠져들고 있는 데는 급속하게 변화하는 시공간의 상황이 만들어낸 어쩔 수 없는 현상일 수도 있다. 근래 들어 전파매체의 발달과 보급 확산, 교통발달에 의한 1일 생활권 확산으로 경향 간 또는 도농 간 빈번한 인적 물적 문화적 교류로 표준어 사용이 확산되면서 일어나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이를 그대로 손 놓고 바라볼 수만은 없는 일이다. 제주어를 잃어버리면 제주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것이며 제주어 소멸은 제주정신의 소멸이며 제주문화 원형을 잃어버리는 것이어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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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위기의 제주어를 살리기 위한 노력들이 계속되고 있다. 제주도 당국을 비롯, 관련 학계 등이 그동안 제주어 보존과 보전에 노력하고 있으나 사실상 상황을 바꾸는 데는 역부족이다.
최근에는 도의회에서도 제주어 보존을 위해 도내 각급학교에 제주어 교육의무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오는 9일부터 열리는 임시회에 ‘제주어 보존 및 육성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을 상정 심의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학교교육을 통한 제주어 살리기는 한계일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제주어 교육의무화가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선언적 의미보다는 실천의지가 중요하다는 지적인 것이다.
제주도가 발간한 ‘제주어 사전(1995년 간)’과 ‘개정 증보 제주어 사전(2007년 간)’ 발간에 참여했던 강영봉박사(제주대 교수. 제주대 국어문화원장. 방언학)는 “표준어도 경기도 일원의 방언일 뿐”이라고 전제하고 “제주어 등 방언을 저급한 언어라거나 덜 세련된 언어로 폄훼되어서는 아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주어가 최소한의 생명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학교에서의 제주어 의무교육도 필요하지만 가정이나 사회생활에서 일상어로 제주어를 사용하려는 도민들의 제주문화유산에 대한 높은 자긍심과 실천의지가 먼저 일어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모두 함께 생각해야 할 일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