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말 최영 장군은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고 했다.
그 뜻은 재물을 멀리하고 청렴하게 살라는 뜻일 것이다. 그러나 이제 이 격언도 시대 흐름에 따라 바뀌어야 할 것 같다. 돌이 황금보다 훨씬 귀하고 소중한 존재로 재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딛고 선 땅, 우리가 들어가는 집, 자연에서도 돌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제주는 예부터 삼다(三多)라 했다. 삼다 중에 돌이 포함돼 있다. 삼다의 돌은 빛나는 화강암은 아니지만 산고와 인고의 세월을 거쳐 만들어진 현무암이다. 이 거칠고 볼품없는 돌이 지금은 세계의 멋진 경관과 비경을 뽐내는 나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바로 오는 11월 11일 최종 발표되는 세계7대 자연경관 선정이다.
7대 자연경관에 들어가기 위해 전 세계 각 국가들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1,2차 인터넷 투표를 통해 440개 국가 중 77곳을 선정했다. 그리고 전문가 심사를 통해 결선투표에 나설 28개 국가가 선정됐다. 경쟁지역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길고 큰 강인 아마존 우림과 ,아르헨티나 브라질의 이구아수 폭포, 미국의 그랜드캐년, 푸에르토리코 엘윤케 국립공원이 있다.
유럽지역에서는 이탈리아 베수비오, 독일을 환경수도로 이끈 블랙포레스트, 폴란드의 마수리안 호수, 이탈리아, 스위스의 마터호른산, 체르비노 산, 아일랜드 클리프오브모헤어 등이 포진돼 있다. 아프리카 지역으로 가면 탄자니아의 킬리만자로, 남아공의 마운틴테이블이 있고 호주의 그레이트 배리어리프와 울루루, 뉴질랜드의 밀퍼드 사운드, 아제르바이잔의 머드 볼케이노가 랭크돼있다.
제주와 같은 섬으로는 에콰도르의 갈라파고스 군도와 몰디브섬, 아랍에미레이트의 부티나 군도가 있다. 아시아를 대표해서는 한국인 관광선택지 1순위로 바다의 계림으로 불리는 베트남의 하롱 베이, 대만의 유산, 필리핀 푸에르토프린세사, 인도네시아 코모도 국립공원, 방글라데시, 인도의 순다르 반스도 있다. 그리고 이스라엘과 요르단에 걸쳐 있는 사해와 레바논의 제이타 동굴까지. 어느 한곳 녹녹치 않은 경쟁 상대들이다.
하지만 제주는 아시아를 넘어 세계 어느 지경(地境)에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화산섬으로 둘러싸인 제주도는 신이 내린 선물이다. 우뚝 선 한라산 봉우리에서 뻗어진 줄기는 360개의 기생화산(오름)이 되어 버티고 있다. 사계절이 뚜렷하고 해안선을 따라 동쪽은 우도, 서쪽은 비양도, 남쪽은 가파도, 북쪽은 추자도가 제주를 감싸고 있다. 마치 좌청룡 우백호 남주작 북현무 처럼 말이다. 세계7대 자연경관 제주선정을 위한 투표 참여 운동이 범국민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대기업과 항공사, 정계는 물론 스포츠계와 문화계 등 각계각층에서 세계7대 자연경관 홍보에 동참하고 있다.
전화투표가 지난 한달 동안 20여배나 증가해 57만6000여 표를 얻고 있다. 상위그룹에 포함된 제주는 지금 추세대로라면 오는 11월까지 전화투표만 4백만 표가 넘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당초 목표치인 1억 표에는 한참 못 미치는 만큼 안심할 수 없는 상태다. 이에 따라 세계7대자연경관 제주 선정을 범국민 아젠다 로 부각시키는 작업이 시급하며 제주특별자치도와 정부의 적극적인 협조체제가 필수요소다. 또 경쟁지역에 비해 제주도에 대한 외국인투표율이 낮은 만큼 인지도가 있는 다른 후보지와의 협력체계 구축도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 역량의 결집이다.
우리 민족은 국난에 처할 때마다 스스로 타개책을 모색해왔다. 1907년 일본이 대한제국을 경제적으로 예속시키고자 제공한 차관 1300만원을 국민들이 갚고자 한 국채보상운동이 있다. 지난 1997년에는 IMF 구제금융 요청 당시 대한민국의 외채를 갚기 위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섰던 금모으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친바 있다.
그런 차원에서 제주의 세계7대 자연경관 선정은 다시 한 번 대한민국의 저력을 전 세계에 보여주는 바로미터인 셈이다. 이제 최종 선정까지 8개월 정도 가량 남겨놓고 있다. 생물권보전지역과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 등재 등 유네스코 자연분야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한 제주가 세계자연경관 선정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물론 어려움도 있었지만 지금까지는 잘 왔다. 제주의 세계7대 자연경관 선정은 제주에 국한된 과제가 아닌 대한민국의 국격을 한 단계 높인다는 생각으로 보다 적극적인 홍보활동과 참여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오늘 휴대폰을 이용해 제주선정코드인 001-1588-7715/7715를 눌러 전화투표에 참여해봄이 어떨까?
제주시 산림조합 이사 송 순 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