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 당직 근무를 마치고 잠시나마 피곤함을 달래기 위해 택시에 몸을 맡겼다. 일반 택시와는 조금은 다른 분위기. “글로벌 택시”였다.
시종일관 상냥하고 친절한 말투로 나를 맞이한 중년의 기사님. 깔끔한 외모에 영어, 일어는 물론 중국어까지 능통한 실력을 갖춘 기사님의 “글로벌 철학 강의”는 또 한 번 나를 놀라게 했다.
“외국인 손님들이 제주를 관광하며 느낀 점과 저의 택시를 이용한 소감을 적어 놓은 수첩입니다. 한 번 읽어보세요.”라며 너덜한 수첩 세 권을 꺼내 보여주었다.
수첩을 펼치자 영어, 중국어, 일본어는 물론 알 수 없는 나라의 언어(아마도 아랍어 인 듯)까지 빼곡히 적혀 있었다. 그 중에는 국내 저명인사들의 친필 싸인도 있었다. 기사님은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저는 이 수첩에 담긴 소감들을 해석하고 문제점들을 분석해서 ‘길 위의 글로벌 철학’이라는 제목의 책을 한 권 만들려고 합니다. 제주도민의 글로벌 마인드 향상을 위해 말이죠. 허허. 소박한 제 꿈입니다.”
비행거리 2시간 이내 서울·베이징·상해·동경 등 인구 1000만명 이상의 도시를 5곳이나 배후시장으로 거느리고 있는 지정학적 요충지 제주.
하지만 고립된 지역적 특성상 외지인의 수용태세가 상대적으로 낮은 제주.
제주도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글로벌 택시기사가 말하는 글로벌 마인드가 아닌가 생각된다.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공존할 수 있는, 의사소통이 되는 국제자유도시 발전을 위한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서귀포경찰서 정보보안과 김종현 순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