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 의회 행태, “오십 보 백보”
도의회의 경직된 예산안 심의와 예산편성의 기본조차 망각한 제주도의 미숙한 행정행위가 ‘4.3 피해자와 유족들의 가슴’을 멍들게 하고 있다.
도는 지난 연말 ‘제주 4.3희생자와 85세 이상 유족에게 매달 1인당 3만원의 생활지원금을 지원하겠다는 명목’으로 4억200만원의 2011년도 예산안을 편성 도의회에 승인요청 했었다.
그러나 당시 도의회는 이 예산을 전액 삭감해버렸다. “예산 편성 및 집행에 따른 근거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책임을 따지자면 도가 1차적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 아무런 근거 없이 예산안만 편성해 의회에 승인 요청을 한 어이없는 행정행위는 그래서 마땅히 비판받아야 할 일이다.
그렇다고 도의회가 잘했다고 할 일은 못된다. ‘4.3’은 제주사람들의 가슴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은 한의 역사다. 그렇기 때문에 ‘4.3’희생자나 피해자 유족에게 관심을 갖고 돌봐야 할 책임은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에게 있다하겠다.
도의회라 해서 여기서 벗어날 수가 없다. 오히려 도의회는 다른 누구보다도 이러한 일에 앞장서야 할 책무가 있다. 도민의 심부름꾼이자 도민의 대의기관이기 때문이다.
사실이 이러하다면 도가 실수에서든, 무지에서든, 근거 없는 예산안을 편성해서 승인을 요청했더라도 도의회는 도에 이를 상기시키고 차선을 택하는 방법을 강구했어야 했다.
도의 잘못을 일깨우고 도의회가 ‘조례 제정 후 시행’이라는 단서를 달고 소위 ‘조건부 승인’을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의회의 열린 예산안 심의에 4.3희생자나 유족들은 물론 도민들로부터도 환영을 받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도는 더욱 잘못된 행정에 대한 경각심을 깨우쳤을 것이다.
‘4.3 희생자나 피해 유족들에 대한 생활지원금‘은 이미 도민적 공감을 얻었고 그만큼 제도시행의 시급성이 요구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도의회의 경직된 예산안 심의와 도의 미숙한 예산안 편성은 어느 쪽이 옳다 그르다 하기 전에 ‘오십 보 백보’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홍보 미흡한 교통체계 개선
행정당국이 주민생활과 직결되는 제도를 시행할 때는 이를 사전에 충분하게 설명해 줘야 하는 것은 행정의 기본적 책무다. 그래야 상황이나 여건이 바뀌는 주민생활에 혼란을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행정의 대민홍보가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서귀포시가 주민생활에 민감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교통관련 시설과 운영체계를 바꾸면서 이를 제대로 홍보하지 않아 운전자들이 혼란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서귀포시는 관내에서 교통량이 많은 5개소의 교차로 신호등 체계를 바꾸기로 했다. 신호등 교차로 대신 회전교차로를 확대하는 것이다. 회전교차로제는 교차로 중앙에 원형 교통섬을 두고 자동차가 우회하도록 하는 것이다.
신호교차로에 비해 유지관리비가 적게 들고 사고빈도가 낮아 교통사고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서귀포시의 설명이다.
그런데 이에 대한 통행방법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운전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과거 신호등 교차로처럼 직진 차량이 우선인지, 교차로 회전차량이 우선인지 헷갈리기 때문이다.
서귀포시는 “교통섬을 중심으로 시계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는 차가 우선으로 직진 진입차량은 회전차량에 양보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직진차량 먼저’라는 인식이 박혀진 차량과 회전차량 간 뒤얽히는 등 오히려 교통사고 위험에 대한 우려가 많다.
이는 서귀포시의 홍보미흡을 지적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시민생활과 연관된 제도개선 과제와 관련 홍보만이라도 제대로 해야 ‘대민행정‘을 운운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