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리더십’의 실체
불공정에 상처받은 국민
공자(孔子)가 정치에 대해 말했다. “먹을 것이 풍족하고(足食), 국방이 튼튼하고(足兵), 백성이 믿고 따르게 하는 것(民信之矣)”이라고 했다.
이중에서 “백성의 신뢰를 잃으면 나라가 존립할 수 없다(民無信不立)”고 덧붙였다. 경제도 국방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믿음이라는 가르침이다.
내일(25일)이면 이명박정부 출범 3주년이다. 집권 4년차 출발시점이다. 그렇다면 지난 3년의 MB정권 평가는 어떻게 나올 것인가. ‘경제와 국방과 국민신뢰’가 국가경영 평가 항목이라면 한마디로 ‘낙제점’이다. 일부의 긍정적 평가에도 국민의 느끼는 바는 그렇다.
서민경제는 추스르기 힘들 정도로 추락했다. 국방역시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국민의 믿음은 고사하고 원성만 하늘을 찌른다. ‘경제·국방·신뢰’라는 ‘공자(孔子)정치 3박자’가 형편없이 되어 버렸다.
지난 17일 이명박 대통령 면전에서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회장의 전한 ‘성난 민심’은 MB정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어느 정도인지를 읽게 하는 대목이다. 이날 김회장은 대통령이 주재하는 제1차공정사회 추진위원회에서 민간전문가 자격으로 참석, “사회 모든 부문에 불공정이 만연되었고 국민은 그 불공정에 따른 억울함 때문에 매일매일 마음에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고 화난 민심을 전했다.
校監型 리더십이 남긴 것
왜 이렇게 되었을까. ‘MB리더십’에서 원인을 찾으려는 이들이 있다. ‘오만과 소통부재, 편견과 이념갈등’은 세세한 부분까지 손수 챙겨야 직성이 풀리는 ‘MB식 설거지 리더십’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도 있다.
지난 2008년 10월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대국민 라디오 연설’을 이야기 하면서 “이대통령은 교장보다는 교감형 리더십을 보여 준다”고 했다. ‘교장은 정치지도자로 말하면 큰틀의 화두만 던지지만 교감은 어느 학년 몇 반 빗자루를 언제 샀는지 까지도 대충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의 말은 “대통령은 세세한 부분까지 다 알고 있다”는 촘촘함을 선전할 요량이었지만 ‘쫀쫀한 대통령 리더십’만 부각시킨 꼴이다. MB리더십의 실체가 드러난 것이다.
이러한 ‘교감형 리더십’은 국정전반에서 여과 없이 드러났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부터 시작한 인사난맥상은 이너서클만 손수 챙기려는 데서 나온 부정적 측면이다.
최근 ‘함바집 스캔들’로 비틀거리는 장수만 방위사업청장은 누구인가. 고려대와 영남, 소망교회 출신이다. ‘고소영’ 삼박자 인사의 롤 모델이나 다름없다. 국방개혁 칼자루를 흔들었던 ‘MB 아바타’인 것이다. 그래서 MB 인재등용은 실망을 넘어 국민적 조롱거리가 된지 오래다.
세상에 唯我獨尊은 없다
다음은 소통부재 리더십에 대한 비판이다. 민감한 현안 일수록 국민에게 진솔하게 다가가서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는 소통의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인 것이다.
지난 20일 대통령과 청와대 출입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 기자 질문은 사전에 조정됐고 대통령은 조정된 질문도 다 답변하지 않고 끝냈다고 한다. 시나리오에 따른 앵무새 기자회견으로 어떻게 진정한 쌍방향 소통을 이야기 할 것인가. 언론과 언론인에 대한 조롱이 아닐 수 없다. 언론자유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다.
최근에는 제1야당 대표와의 만남도 무산됐다. 지난 2008년 9월 야당대표와 만난 후 지금까지 29개월간이나 야당과 소통부재 상태다.
취임초의 ‘광우병 촛불 시위’, ’세종시 갈등’, 최근까지 이어지는 ‘4대강 여론 분열’ 등도 고장난 소통라인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소통부재 리더십이 남긴 부스럼이다.
심리학자 ‘융’은 ‘세상에 절대적인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유아독존은 없다는 것이다. ‘우리’라는 공동체 속에 내가 있고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고 싶다면 이 ‘우리’라는 울타리 속에 들어가 서로 소통하고 협력해야 사회가 발전 한다는 것이다.
소통부재의 4년차 MB정권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집권 3년에 대한 평가에서 긍정에 앞서 부정을 이야기 하는 이유는 다른데 있지 않다.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남은 임기 2년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라는 주문인 것이다. “입에 쓴 약이 몸에 좋다”는 말이 있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