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기지, 道와 議會부터 의견 통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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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 해군기지 문제로 여러 해 동안 갈등을 빚고 있지만 도무지 실마리가 풀리지 않고 있다. 거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해군기지를 둘러싼 제주도와 도의회간의 의견 충돌도 그중의 하나다.
집행부와 의회가 한마음이 되어도 강정 주민에 의해, 혹은 정부에 의해 ‘해법’이 거부당해 문제를 풀기가 어려울 수 있는 게 강정해군기지 갈등이다. 하물며 제주도와 의회가 해군기지를 두고 의견이 대립돼 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으니 문제가 제대로 풀릴 리가 없다.
엊그제 속개된 제주도의회 제279회 임시회에서도 강정해군기지 문제가 거론 됐으나 해법을 찾는 데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아니 도리어 방해가 되었다. 해군기지를 놓고 집행부와 의회간의 의견 충돌만 재확인해 주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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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도의회 임시회의에서도 행정자치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해군기지와 관련, 하나 같이 집행부를 맹타했다. 박원철 의원은 “의회가 정부에 해군기지와 관련한 입장 표명과 지원책이 선행 될 때까지 기지 공사를 무기한 중단할 것을 요구했음에도 공사를 강행하고 있는 데 제주도의 공식 입장이 뭐냐”고 따져 물었다. 박 의원은 이어서 “제주도가 이제는 의회와 힘을 합쳐 정부에 공사 중단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성곤 행자위원장과 강경식-윤춘광 의원 등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각각 “해군기지 공사를 안하무인 식으로 강행하는 것은 비단 강정주민뿐만 아니라 의회와 도정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제주도는 도민의 편에 서서 정부의 구체적 지원계획이 발표될 때까지 모든 공사를 중지해 달라고 요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한 “해군이 일방적으로 공사를 강행하는데도 도지사가 중단 요청을 못하는 이유가 뭐냐”고 따져들기도 했다. 어디 그뿐인가. “해군이 이렇게 도민들을 깡그리 무시하는데 도정은 뭐하고 있느냐. 도지사가 관선(官選)이냐”라는 힐난까지 나왔다. 의원들 모두가 한 목소리로 정부의 로드맵과 구체적인 지원계획이 나올 때까지 공사 중단을 요구해야 한다는 일치된 질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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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제주도 당국자의 입장과 의견은 확연히 달랐다. 도의 한 당국자는 도의회의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제주도는 이미 중앙정부의 입장을 수용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표명 한바 있다”고 말해 의회와는 상반된 의견임을 분명히 밝혔다.
이렇듯 제주도와 도의회마저 강정해군기지를 두고 의견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판국에 이해 당사자들인 강정주민들과 도민들이 어떻게 뜻을 합쳐 갈등을 극복할 수 있단 말인가. 도와 의회가 하나로 뜻을 모으더라도 갈등해소 방안이 어떤 것이냐에 따라 정부나 강정 주민이 수용할지 말지 모를 일이거늘 하물며 도와 의회마저 이 모양 이 꼴이니 한심하기만 하다.
해군기지에 반대하든, 찬성하든 도와 의회가 하나 되는 모습을 보고 싶다. 해군기지로 갈등을 빚어 온지 한 두 해가 아닌데 도와 의회는 그동안 강정 눈치, 도민 눈치를 보느라 우왕좌왕 하다가 결국 두 기관마저 갑론을박(甲論乙駁)만 하고 있으니 그 틈바구니에서 피해를 보는 쪽은 도민이다. 해군기지 갈등으로 인한 제주의 사회적 비용 손실이 그 얼마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