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와 두루미
여우와 두루미
  • 김덕남 대기자
  • 승인 2004.12.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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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속담에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이 곱다"고 했다. 상대방으로부터 대접을 받으려면 나도 대접해야 한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이는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이기도 하다.
세상은 혼자 살아갈 수가 없다. 싫든 좋든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
그러려면 이웃하는 상대를 인정해야 한다. 상대를 인정한다는 것은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고 그에 걸맞은 배려를 하는 것이다.

이것이 사람 사이의 예양(禮讓)이다. 상대를 배려하고 양보하는 겸손한 마음 가짐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남을 업신여기고 골탕이나 먹이며 내 것만 챙기겠다는 의식이 팽배하다. 상대는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나만 인정받겠다는 욕심이 사회를 압도하고 있다.
0 어느 날 두루미가 여우의 식사 초대를 받았다. 잔뜩 기대를 걸고 찾아간 두루미 앞에는 얕은 접시에 종잇장같이 얇게 묽은 수우프가 담겨있었다.

"사양말고 많이 드시라"며 여우는 순식간에 접시를 핥아 먹었지만 두루미의 가늘고 긴 주둥이로는 한 입도 넣지 못하고 접시바닥만 쪼울 수밖에 없었다.
다음날은 두루미가 고마움의 답례로 여우를 초대했다. 식탁에 앉은 여우앞에는 목이 긴 호리병 안에 먹음직스런 생선이 들어 있었다.
두루미는 그 긴 부리로 병속의 고기를 맛있게 먹었지만 여우는 고소한 냄새를 풍기는 항아리 목을 핥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이솝 우화 한 토막이다. 겉으로는 그럴듯한 시늉을 하고 웃음을 흘리면서도 속은 남을 인정하지 않고 골탕이나 먹이려는 인간관계를 꼬집은 비유나 다름없다.
0 우리의 정치현실을 풍자하는 것이 아닌가 여겨질 정도다.
지금 여.야 정치권의 행태에 어떻게 그렇게 들어맞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우선 겉과 속이 다른 것이 정치권을 빼 닮았다. 겉으로는 웃으면서도 마음속은 음흉한 꼼수로 무장했다고 여겨져서 그렇다.

상대를 골탕먹이려는 것 역시 '여우와 두루미'와 짝패를 이루고 있다. 정상적인 인간관계를 이어줄 예양은 찾을 수가 없다.
대다수 국민여론이 반대하고 야당이 악착같이 막아서는데도 역시 악착같이 밀어 부치려는 여당의 이른바 '4개법안' 처리과장을 지켜보면 이건 숫제 '진흙탕 속의 개싸움'이다.
여우와 두루미의 '식사초대'는 그래도 점잖은 편이다.

나라를 바르게 이끌어 가야 할 정치권이 이러니 '나라꼴이 개판'이라는 분노가 칼을 벼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백성들이 정치권에 '분노의 주먹밥'을 한방 먹이지 말란 법도 없을 것이다.
제발 정신차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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