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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제주 출신 3명을 포함한 국회의원 20명이 ‘제주특별자치도 경빙(競氷)사업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우리가 이 법률안을 주목하는 이유는 그 내용에 있다. 현재 알려진 법안에는 우선 제주도 경빙 사업을 위해서는 공공기관에서 51%를 출자해야 하며, 제주도지사의 허가를 받아 시행토록 하고 있다. 그리고 수익금의 20%는 조례가 정하는 바에 따라 제주관광 진흥과 빙상경기 발전을 위해 사용토록 하고 있다.
또한 도지사의 승인을 받으면 조례가 정하는 단체나 개인에게 까지도 위탁 경영 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고 있다.
특히 경빙 선수와 심판은 사업자에게 등록하고, 승자를 적중시킨 자에게 환급금을 교부하기 위해 승자투표권을 발매할 수 있도록 했으며 아울러 ‘장외 발매 장’ 설치도 가능케 하고 있다. 승자 투표 방법은 단승식, 복승식, 연승식, 쌍승식, 특별 승식 등 5종으로 구분 했다.
이 모든 것은 경마(競馬)에서의 마권(馬券) 및 교차투표와 흡사한 방식으로서 결국 경빙 사업도 경마사업과 비슷한 도박성이 강한 사업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안에는 도민 출입 제한 등 보호 조항이 빠져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는 비판 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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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제주도 경빙 사업논의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지난해 2월 제주국제자유도시 개발센터(JDC)가 전문가를 초청, ‘경빙장(競氷場) 조성을 위한 타당성 연구’ 보고회를 열면서 이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 됐다.
이 보고서는 제주도민의 베팅액과 출입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즉, 도민에 한해 베팅 액은 5만원, 출입 횟수는 한주 혹은 한 달에 3회로 제한해야 한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실제 법안에는 이런 내용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서는 ‘제주도 경빙사업 법안’이 국회에서 무수정(無修正), 또는 수정(修正) 통과될는지 아니면 폐기될는지 그 결과를 두고 볼 수밖에 없다.
만약 이 법안이 무수정 통과돼 경빙사업이 본격화 될 경우 긍정적인 측면도 많다. 관광 활성화에 도움이 될지도 모르며, 수익 일부를 제주개발에 투자해 덕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밖에 제주도의 재정에 도움이 되는 길도 있을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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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는 그에 뒤 따를 부작용을 더욱 우려하는 입장이다. 제주도민에게 사행심을 부추겨 심성을 황폐화 시킬 뿐만 아니라 ‘경빙’이라는 새로운 도박에 빠진다면 그러한 불행을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그리고 명분은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사업이라 해 놓고 결과적으로 도민을 등치는 도박장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없지 않다.
이것을 기우(杞憂)라며 외면하지 말기 바란다. 제주경마장이 어떠했는가. 관광객 유치를 위해, 주로 관광객을 상대로 경마를 하겠다 해 놓고 지금 주(主) 고객은 제주도민 아닌가. 제주경마장이 생긴 이후 패가망신 하거나 이혼한 도민들이 한둘이 아니다.
이 좁은 땅에 경마장과 경빙장이 성업을 이루고 거기에다 만약 내국인 카지노까지 가세한다면 제주는 가히 도박 천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제주도 경빙사업을 결코 속단(速斷)해서는 안 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