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시위 참가자들에게 아무리 한나라당을 지지해달라고 외쳐본 들 아무 소용없다는 생각입니다.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가 떨어진 것도 엉뚱한 곳에 전력을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양정규 전의원이 21일 오전 예고도 없이 도청 기자실을 찾았다.
7대, 9대, 12대, 14대, 15대, 16대 등 6선의원으로 현재 한나라당 상임고문을 맡고 있는 양정규 전의원은 향후 한나라당의 선거전략을 한 마디로 압축했다.
이는 지난 미국 대선시 부시진영이 사용한 선거전략을 도입한다는 의미로 양 고문은 "보수계층은 적극적으로 공을 들이겠지만 급진 개혁을 추구하는 세력에는 러브콜을 할 이유가 없다"면서 "버릴 것은 버리고 취할 것은 취한다는 자세로 한나라당의 지지기반을 넓혀 정권 획득을 도모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여당의 지지율이 급락추세를 보이는 국면에서도 30% 내외의 지지율에 머무는 현실과 관련, 양 고문은 "물론 경상도를 중심으로 다소 한정된 지지기반이라는 지적을 부인하지 않는다"고 전제 한 뒤 "당 자체에서도 보수 정당으로서 국민들에게 뚜렷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자기비판을 하고 있다"며 "대미관계를 비롯 통일문제, 경제문제에서 집권 여당과 현격한 시각차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양고문은 "내년 보궐선거 승리는 당연하다"며 그 이유로 최근 정부 여당의 각종 정책이 국민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대북관계에 대해 양고문은 "한나라당은 북한을 주적 개념으로 바라보자는 것"이라며 "현 김정일 정권과 아무리 대화를 나눠도 얻을게 없다는 판단이며 이 부분이 부시 미국 행정부와 같고 동시에 특히 여당과 다르다"고 소개했다.
양 고문은 이어 "여당은 4대 법안 통과를 밀어붙일 것으로 확신한다"며 "당의 확실한 모습을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같은 당 원희룡 의원의 당내 입지에 대한 양 고문의 시각은 상당 부분 객관적이다.
"원의원이 당에 요구하는 변화논리는 맞다. 그러나 한나라당 내부에 상당히 보수적인 세력이 존재한다. 별다른 계보를 갖추지 못해 힘이 미약한 원의원이 사사건건 그 테두리와 부딪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