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칼럼 행복한 도시
[데스크칼럼] 칼럼 행복한 도시
  • 김종현
  • 승인 2011.0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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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1일 서귀포 시내 1호 광장 버스 승강장. 버스를 기다리던 승객들은 녹아내린 눈 때문에 흙탕물로 뒤덮인 로터리를 보고 혀를 찼다. 한 시민은 “길이 난장판이 됐다”며 “시에서 세금 거둬서 뭐하는지 모르겠다”고 시를 책망했다.
물론 서귀포시는 30일 저녁부터 31명이 비상근무를 하며 도로에 모래를 뿌리고 제설 차량으로 눈을 치우느라 잠시도 쉴 틈이 없었을 것이다. 담당 공무원들의 노고를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시 전체적으로 폭설에 대비하는 시스템이 허약하다는 것이다.
대설주의보가 내려진 30일 밤 일주도로와 서귀포 시내 중심지 도로에는 제설작업을 했지만 시내에서 조금만 벗어난 곳에는 눈이 그대로 쌓여 빙판길이 됐다. 서울에서 온 한 관광객은 중문관광단지를 가기위해 중문동을 지나면서 언덕길이 빙판길로 변하자 차를 길가에 세워놓고 난감해했다. 무리하게 언덕을 내려가던 차량이 그대로 미끄러 지면서 주차해둔 차나 사람을 치게 할 뻔 하는 아슬아슬한 상황이 잇따랐다. 그는 “서울은 눈이 오기 시작하면 바로 염화칼슘을 뿌려 길이 어는 것을 막는데..”라며 국제적인 관광지를 자랑하는 곳의 폭설대비가 이정도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시민들이 재난을 당하지 않도록 미리 예방하는 것이 행정의 역할이다. 시장들은 대개 ‘시민들이 행복하게 하겠다’, ‘잘사는 곳을 만들겠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얘기한다. 눈이 오거나 태풍 등 자연재해 피해를 입지 않도록 대비를 철저히 하라고 항상 지시를 내린다. 빙판길에서 렌터카가 지역 주민의 차와 충돌해서 언성을 높이거나 휴가지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나쁜 기억을 갖고 가는 것이 과연 행복한 서귀포시를 만드는 길인가? 지금까지는 눈이와도 금방 녹는 날씨 때문에 괜찮았으니 이번에도 괜찮을 것이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다가 대형 사고라도 나면 누가 책임 질 것인가? 눈 때문이니 아무 책임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시장이나 공무원이라면 그 도시는 결코 행복하거나 창조적인 도시가 될 수 없다. 31명의 공무원이 비상근무를 한다고 하면 과연 그 인원으로 서귀포시 전체 제설이 가능한지, 전화를 받는 직원을 빼면 실제로 제설작업을 할 수 있는 인원은 몇 명인지 꼼꼼히 챙겨주는 공무원이 한명이라도 있다면 시민들은 행복할 것이다.
서귀포시는 감귤로 먹고사는 도시다. 감귤 농민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은 귤따기이다. 일손을 구하지 못해 해마다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지 못하는 것이 서귀포시의 행정이다. 우근민지사는 간벌이나 열매솎기에 공무원을 동원하는 일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간벌을 도와달라고, 열매솎기를 해 달라고 부탁하는 농민이 얼마나 될까? 행정에서 해야 한다고 열을 올리며 독려한 일 아닌가. 물론 간벌이나 열매솎기도 필요한 일이지만 정작 농민이 가장 원하는 일은 대책을 세울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귤따기 일손 구하는 일만 해결 된다면 감귤농가의 한숨과 고민은 일거에 사라질 수 있다. 간벌에 동원할 인력이 있다면 감귤따기나 도와달라고 부탁하고 싶은 것이 농민의 마음이다.
국제 결혼을 통해 제주도에 와서 살고 있는 결혼 이민자들은 이제 제주의 며느리와 딸이 되었다. 이들을 돕는 일부 단체에서는 결혼 이민자들이 귤 따는 일을 돕도록 하면 어떨까 생각해 봤다고 한다. 일이 서툴러서 농가에서 싫어 할까봐, 희망하는 농가가 없을까봐 논의를 중단한 모양이다. 감귤 재배 농가의 입장에서는 아쉬운 일이다. 처음에는 서툴겠지만 차츰 적응하다보면 누구든지 할 수 있는 일이 귤따는 작업 아닌가. 이제 제주에 뼈를 묻으러 온 사람들이 귤따기를 못한대서야 말이 되는가.
말로만 시민이 행복하고, 잘사는 정치는 이제 신물이 난다. 제주도는 공무원만 행복한 도시가 되어서는 안된다. 서귀포시에서 비상근무에 동원 될 수 있는 전체 공무원 730여명 가운데 대설 주의보가 내려도 700여명이 집에서 쉬는 한 언제까지나 서귀포는 공무원이 행복한 도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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