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거꾸로?
[데스크칼럼] 거꾸로?
  • 김종현
  • 승인 2011.0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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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나 행정이나 우리는 보통 조금이라도 발전되는 것을 선호한다. 좀 더 편해지는 것을 원해서이기도 하고 좀 더 공정하고 투명해지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서귀포시가 행정효율 향상 차원에서 공공도서관 개방시간을 축소했다. 1일부터 삼매봉, 중앙, 동부, 서부도서관 등 시내권 4개 공공도서관의 개방시간을 종전 오전 6시~오후 12시까지에서 오전 8시~오후 12시로 아침 시간 두시간을 줄였다. 아침시간대에 이용자들이 거의 없어 불가피한 조치라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정기휴관일에도 그동안 개방해오던 열람실을 개방하지 않는 점이다. 서귀포시의 이같은 방침은 ‘제주도 공공도서관 설치 운영조례’에 따른 것이다. 조례에는 도서관마다 매주 1회 휴관일을 지정 운영하고 당연히 직원들도 쉬기로 돼어 있으나 10여 년째 조례를 무시한 채(?) 주민 편의를 위해 열람실을 개방해 온 것이다.
고창후 시장 부임이후 불필요한 당직체계를 개선해 직원들의 격무를 줄이고 당직예산도 절감하는 성과를 거두면서 공공도서관에도 여파가 미쳤다. 4개 공공도서관이 휴관일에 열람실을 개방하려면 일직수당과 시설운영비 등으로 연간 2300만원이 소요된다고 한다. 이 비용이라도 줄이려는 서귀포시의 노력이 엿보인다. 도서관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교육명문도시를 추구하는 서귀포시가 도서관 개방시간을 축소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다른 도시와 달리 서귀포시는 도서관이 공부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며 오히려 연중무휴로 도서관 열람실을 개방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휴관일에 열람실을 개방하는 도시는 인구 15만에서 20만의 44개 도시가운데 농촌지역 3곳이 있는 것으로 서귀포시는 파악했다. 이들 3개 도시는 도서관이 하나나 둘 뿐인 도시라고 한다. 결국 서귀포시는 주민들의 불편을 고려해 중앙도서관은 휴관일에도 열람실 문을 열기로 결정했다.
분명히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서는 언제고 문을 열어야 하지만 도서관 휴관일에는 공무원들도 집에서 쉬는 것, 원칙대로 하는 것이 정상이다. 우리보다 앞서있다는 선진국은 휴일에 모든 행정기관이 문을 닫고 심지어 식당도 문 연 곳을 찾기 힘든 지역도 많다. 물론 국제적인 관광지는 항상 불야성을 이루고 있지만. 휴일이니까 모든 행정기관이 문을 당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실정에 따라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고 가능한 한 범위 내에서 조정하는 것이 최고의 행정이다. 은행의 경우 한국에서는 주 5일제 이후 토, 일요일에 일제히 문을 닫고 있지만 프랑스에서는 지점마다 금요일에 쉬는 곳이 토요일에 여는 식으로 운영의 묘를 살리고 있다. 우리가 선진국을 향해서 간다면 막무가내로 언제나 문을 열어 달라고 해서도 안되겠지만 관에서도 일제히 문을 닫는 무서운 행정을 펴서도 안될 것이다.
또 하나 서귀포의 행정을 보다 보면 생각나는 것. 지난달 인사와 함께 새로 바뀐 감귤 농정과. 원래는 친환경 감귤 농정과였는데 친환경을 빼 버렸다. 환경 수도니 WCC 총회니 하며 친환경을 더 강조하겠다고 해 놓고 친환경이란 말을 지워 버렸다. 애초부터 친환경이란 말만 붙여놓고 친환경 농업의 업무 비중은 거의 없었으니 아예 친환경이란 말을 빼는 것이 더 솔직할지도 모르겠다. 고시장은 이름만 길다고 일 잘하는 것 아니라며 형식에 얽매이지 말고 내실을 기하기위해 이름을 바꿨다고 한다. 선진국으로 가는 정방향이다. 친환경 농업에 관심도 없으면서 이름만 갖다 붙이지 말고 제대로 하는 것이 선진국이다.
서귀포시는 부서운영 업무추진비로 올해 1억 8432만원의 예산을 잡아놓고 있다. 공무원 정원기준으로 부서당 300만원에서 510만원 정도가 된다고 한다. 이들 예산은 직원들 조직운영을 위한 간담회 식사비로 많이 사용된다. 일본 가라츠시는 직원들이 회식을 하면 비용을 먹은 만큼 자기 돈을 나누어 내는 ‘더치 페이’를 한다. 가라츠시는 서귀포시의 자매도시이다. 눈이 많이 오거나 무슨 일이 생기면 직원들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시청으로 나와서 시민들이 불편을 당하는 일은 없는지 점검한다. 가라츠시의 1년 부서운영 업무추진비가 2억원 가까이 될지 의문이다. 시의 예산을 함부로 쓰지 않으려는 공직자들의 올바른 정신이 부럽다. 물론 서귀포시도 직원들이 회식을 할 때 더치페이를 할 때가 있을 것이다. 서귀포시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공직사회 전체가 간담회 회식비는 예산으로 하는 것이 당연시 되어 있고 일본과 우리는 문화가 다르다고 항변할 수도 있다. 다만 생각해 보고 싶은 것은 부서장이나 공공기관의 판공비, 업무 추진비가 언제까지 눈먼 돈으로 여겨져야 할 것인가 이다. 서귀포시의 공무원이 지금까지 15명이나 연수를 갔다 온 가라츠시가 공적인 모임의 회식비를 더치페이를 한다면 우리는 거꾸로 가고 있지는 않는지 점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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