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populism)이란 일반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정치형태로 대중주의라고 하며, 인기영합주의·대중영합주의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 일반 대중을 정치의 전면에 내세우고 동원시켜 권력을 유지하는 정치체제를 말한다. 소수의 지배집단이 통치하는 엘리트주의와 대립적인 의미이다. 그렇지만 캠브리지 사전에는 '보통사람들의 요구와 바람을 대변하려는 정치 사상, 활동'으로 정의돼 있다. 그렇게 되면 정치인이 당연히 추구해야 할 덕목일 터다.
그러나 한국적 포퓰리즘은 다르다. 정치권이 선거를 앞두고 대중의 욕구 충족에만 집중하고 대중은 이에 속아 지지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내년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한국적 포퓰리즘의 유혹이 대한민국을 휩쓸 조짐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서로 ‘포퓰리즘 정당이라며 상대방에게 공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정가에서 포퓰리즘 논쟁이 불붙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복지 포퓰리즘‘ 논쟁은 가관이다. 야당은 보편 복지를 주창하고 한나라당은 ’포률리줌‘이라 맞불을 놓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모처럼 정책결정이 벌어진 진다는 점을 어떻게 평가할까? 일반인들과 달리 일단 고무적이라 평가하면서, 생산적 논쟁을 위해 논점을 분명히 할 필요를 느낀다.
여기에서 관심을 끄는 부분이 야당이 주장하는 여당의 ‘복지공약 남발’ 사례이다. 한나라당이 2007년 대선에서 0~5살 모든 아동에 대한 의료비 무료화, 중증질환자 본인부담을 전액 면제하는 완전의료비보장제도를 공약했지만 전혀 실행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또 2008년 총선에서 만 65살 이상의 노인에게 지급되는 기초노령연금을 월 9만여원에서 36만원까지 확대하자고 공약했지만, 이 역시 언제 이행할 건지 ‘감감무소식’이라고 지적했다. 건강보험이 병원비 등을 내주는 보장성 비율도 역대 정부에서 꾸준히 증가해 2007년까지 64.6%였다가, 이명박 정부 출범 첫해인 2008년에 62.2%로 처음 떨어졌다고 밝혔다.
요즘 벌어지는 포퓰리즘 논쟁에서 가장 국민의 관심을 갖는 부분이 무상급식· 무상의료 ·무상보육 문제이다. 여권에서는 무상급식·무상의료 등을 실시하면 “나라가 망한다”고 말한다. 보편적 복지가 “서민이 낸 세금으로 부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무차별적 복지”이며 “나라의 성장력과 미래를 좀먹는 매우 위험한 일”이라는 것이다. 과연 무상급식 등의 복지정책이 단지 선거를 겨냥한 “망국적 포퓰리즘”에 불과한 것일까.
한나라당은 전 가구의 70%복지를 약속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무상보육을 공약했다. 박근혜는 나름의 복지국가를 구상 중이다. 복지 확대가 포퓰리즘이라면 한나랑당도 마찬가지다.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 세금폭탄·포퓰리즘은 한나라당에도 해당되는 것이다.
무상급식과 무상의료를 ‘시기상조’로 보기도 어렵다. 영국은 2차 세계대전 직후 무상의료를 시작했고, 핀란드는 1980년대 무상교육을 도입했다. 선진국들은 1인당 국민소득 1만800달러 단계에서 이미 복지국가를 이루었다. 우리라고 그렇게 못할 이유가 없다. 보편 복지에 포퓰리즘으로 대응하는 것은 민심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시대착오적 판단이 아닐까?
모두에게 혜택을 주자는 보편적 복지와 특정 계층에만 돌아가는 선택적 복지는 큰 차이가 있다. 보수진영은 부자에게는 복지가 필요 없으며 사회적 약자에게 온정을 베풀어야 한다는 논리로 접근한다. 이 같은 복지는 수혜자에게 굴욕감 등을 안겨줄 수도 있다. 반면 보편적 복지는 시혜차원이 아니라, 교육·보육·의료·주거 등을 사회적 기본권으로 보고 접근하는 방식이다. 특히 양극화 등으로 취약계층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준을 보장하고, 분배정의를 실현하면서 사회통합에도 도움이 된다.
내년 대선과 총선에서는 복지가 평화ㆍ안보, 경제와 함께 주요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양극화 심화와 빈곤의 대물림, 저출산ㆍ고령화,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차기 대선의 화두는 복지ㆍ평화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