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 한 잔에 달 띄워놓고”
“풍류 한 잔에 달 띄워놓고”
  • 고안석
  • 승인 2011.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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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놀이 마로의 ‘허튼굿-한겨울밤의 보름파티’...9일 오후 7시30분 문예회관 소극장 무대에 올려
토끼와 발맞추던 시절, 함박눈이 축복처럼 내리던 섣달 그믐날에는 다정한 벗님네들과 둘러앉아 사랑방에서 부럼을 깨며 가는 해를 배웅하고 오는 해를 맞이했다.
설이 조심스럽게 한 해의 첫 발을 내딛으며 웃어른들께 예의를 다하는 날이었다면, 흥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운 옛 선조들은 설 지내고 보름이 돼서 본격적인 농사철이 되기 전까지 한유한 이때를 ‘노달기’라 해 동기들과 다양한 제사의식과 놀이를 행하며 휴식을 취했다.
사물놀이 마로(대표 양호성)는 잊혀져가는 세시풍속을 현대에 맞게 부활시키는 것을 구실 삼아 도 문예회관 소극장에서 2월9일 오후 7시 30분 <허튼굿-보름파티>를 벌인다.
‘일 년 하고도 열두 달 만복이 백성에게 깃들길’기원하는 액맥이 타령을 들으며 좋은 소리만 듣는 복된 한 해를 보내고자 마음 맞는 이들과 귀밝이술을 한 잔씩 나누는 것으로 공연이 시작된다.
한 해의 무사태평과 건강을 기원하는 부럼깨기와 따뜻한 이들과 넉넉한 한 해를 보내길 소망하는 시루떡 나눠먹기를 하다보면 어느새 로비에서 극장으로 옮겨져 서로 손을 맞잡고 강강술래를 하게 된다.
‘사람과 신,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하나로 화합하고 한 해 동안 이루어야 할 일을 계획하고 기원하는’ 정월의 강강술래는 너그럽고 포근한 달빛 아래 더욱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연희자와 관객이 한데 어우러져 강강술래로 한 판 벌이고 나면, 사랑방에 앉아 풍류를 즐겼던 호시절처럼 가(歌), 무(舞), 악(樂), 판굿의‘사색유희(四色遊戱)’가 미세한 숨소리까지 들리는 가까운 거리에서 펼쳐진다.
천태만상을 그려내는 판소리, 한국 여인의 애닯고도 곱디고운 마음을 담아내는 한국 춤의 정수 살풀이, 진양부터 휘모리까지 인생의 희노애락을 고요하게도 격하게도 풀어내는 변화무쌍한 가야금산조, “살아있다” 것을 온몸으로 드러내 폭발적으로 보여주는 ‘판굿’까지 전통예술의 진수만을 뽑아 관객의 심장을 움켜쥔다.
사물놀이 마로의 <허튼굿-보름파티>는 신연을 맞아 무료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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