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신년 세밑 인심은 어둡고 고통스럽다. 수년간 지속된 경제 불황으로 인하여 살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서민들이 즐겨 찾는 제주시 민속오일시장 내 빈 점포가 전체의 10%에 달한다는 것은 서민들의 지갑이 비어 있다는 것과 같다.
최소한의 문화생활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건전한 소비조차 줄어들다 보니 제주도청과 제주시청이 ‘제주경제 살리기’의 한 방법으로써 소비촉진운동에 온 힘을 쏟고 있다. 그런데 이런 단발성 소비촉진 이벤트 행사를 통해 과연 경기침체를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면 중대한 착각일 뿐이다.
▶현재의 불황은 제주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고,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 초우량대기업뿐만 아니라 부자들이 투자(생산)를 꺼리다보니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안 되고, 서민들의 소득은 점점 감소하여 새로운 구매력(소비)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투자붕괴 ? 실업난 ? 소비감소 등의 3대 악재(惡材)로 인한 심각한 경기침체의 근본 원인은 무엇인가. 여러 갈래의 진단이 있지만 통설은 성장의 이익을 분배받기 위해 경쟁에 나서 네 편과 내 편으로 갈라지고, 내 편이 아니면 미워하고 배척하며 집단이익을 챙기고자 사회 전체를 볼모로 잡는 세태를 꼽고 있다.
▶그런데 2003년 출범한 참여정부조차 개혁만능주의에 빠져 개혁에 동참하지 않는 국민과 기업들을 수구세력으로 몰아 청산대상으로 삼고 있으니 국민통합은 멀고 험하기만 하다. 정부와 여당이 경제정의, 경제민주화를 실현한다고 노사양측이 모두 반대하는 ‘비정규직 관련 법안’ 또는 재벌의 출자총액규제 및 금융계열사의 의결권제한을 주요 골자로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을 상정함으로써 결국 국내 기업의 투자를 급속히 냉각시키고 있는 근인(近因)으로 역기능하고 있다.
▶민간경제는 돈을 먹고 자라는 거목(巨木)과 같은 존재이다. 성장할수록 병들고 마른가지가 생겨난다. 나무 전체를 잘라 버리자는 견해가 급진개혁론이라면, 나무를 건드리지 말고 그대로 두면 저절로 헌가지가 떨어지고 새가지가 생긴다는 견해는 보수적 입장이라 할 수 있다. 자유주의자는 양(兩) 극단을 버리고 마른 가지를 쳐서 밑 둥과 새가지를 모두 살리자고 말한다.
거문고의 줄을 지나치게 팽팽히 조이면 줄이 끊어지고 그렇다고 줄을 너무 느슨하게 하면 소리가 제대로 나지 않는다. 이 양 극단을 버리고 줄을 알맞게 조절해야 거기서 아름다운 멜로디가 나오는 것처럼 경제성장, 역사진보도 마찬가지다. 다만 경제에 있어서 중도란 이것도 저것도 아닌 회색분자의 미적지근한 태도와는 완전히 다른 양 극단을 버리고 사물의 핵심에 적중(的中)하는 것을 뜻한다. 참여정부가 관용의 정신으로 자본가의 편도 노동자의 편도 아닌 차원에서 투자분위기를 돋구고 사회통합에 나아가는 것만이 경제 살리는 길이다. 논설위원 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