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와 환경
공짜와 환경
  • 한경훈
  • 승인 2011.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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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이동을 하면 휴대전화 단말기를 공짜로 준다는 전화를 가끔 받는다. 이동통신사들 간 휴대폰 보조금 출혈 경쟁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것 같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스마트폰 열풍에 이른바 ‘공짜폰’이 더욱 넘쳐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공짜폰이 말만 공짜지 사실은 단말기 가격이 요금체계 속에 포함돼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실상이 어떤지 정확히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공짜폰 상술이 단말기 과소비를 유발하면서 자원의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 큰 문제는 공짜 휴대전화 남발로 폐기전화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환경오염의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휴대전화는 납과 카드뮴 등 다량의 중금속과 유해화학물질을 함유하고 있는데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수질 및 토양을 오염시킬 우려가 있다. 다른 문제는 차지하고서라도 공짜가 환경적 측면에서 독이 되고 있는 사례다.

무료수거, 음식물쓰레기 늘려

이런 예는 지역에서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제주시 절물자연휴양림은 오는 4월부터 도민에게도 입장료를 징수하기로 했다. 절물휴양림의 이 같은 결정은 유료로 운영되는 전국 국립자연휴양림과의 형평성과 도민․관광객 간 이원요금체계 개선을 고려한 것이다.
그런데 내부적으로는 입장객 수 조절로 환경훼손을 줄여보자는 생각이 크게 작용했다. 절물휴양림은 무료입장에 따른 이용객 증가로 산림 생태계 훼손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최소의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 입장객만 받아 주차난 완화 등 환경을 개선하고 재정 건전화도 도모하겠다는 것이 절물휴양림 측의 복안이다.
‘공짜 혜택’이 환경에 부담을 주는 사례는 또 있다. 제주시 음식물쓰레기 발생량이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제주시 음식물자원화시설에 반입되는 음식물쓰레기는 1일 143t으로 2007년(133t)에 비해 7.5%가 늘었다. 이처럼 음식물쓰레기 배출이 늘면서 음식물 자원화시설의 과부하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쓰레기 수집․운반 및 처리에 투입되는 예산이 늘고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이처럼 음식물 폐기물 증가의 가장 큰 이유는 동지역 일반가정에서 배출되는 음식물쓰레기의 무상수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배출에 돈이 들지 않기 때문에 음식물쓰레기 감량의식이 낮아 환경에도 마이너스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제주시는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012년부터 음식물쓰레기 종량제(유료화)를 전면 시행할 계획이다.

편익 수혜자, 비용 지불해야

절물휴양림 입장료 징수와 음식물쓰레기 수거 유료화에 대해 ‘서민가계 부담’을 이유로 반대의 목소리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환경적 측면에서 이는 바람직한 결정이라 여겨진다. 절물휴양림의 명품 숲길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입장료 징수를 통해 탐방객을 어느 정도 제한할 필요가 있다. 절물휴양림이 계획하고 있는 입장료(일반인 1000원)는 그리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이다.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하고자 한다면 그에 상승하는 대가를 지불할 줄도 알아야 한다.
음식물쓰레기의 경우도 원인자부담의 원칙상 배출자들이 처리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당연하다. 쓰레기 배출이 적고 많음에 관계없이 그 비용을 시민 전체가 부담하고 있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배출량에 따라 비용을 부과해야 음식물쓰레기를 줄이려는 노력이 뒤따르고 이는 결국 환경에도 긍정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다.
세상에 공짜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요즘 유행하는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을 명심해야 한다. 자신이 공짜로 즐기는 편익은 다른 누군가가 뒷감당을 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내가 누리는 편익에 대해서는 기껏이 비용을 지불할 줄 알아야 문화시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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